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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Jan 16. 2022

불확실한 꿈 따라가기 VS 보장된 80%의 행복 누리기

몇 가지 특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행동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있다. 왼손잡이에 짧은 머리. 이 두 가지는 나의 도전정신과 고집을 드러내는 상징이 아닐까. 나는 번지점프를 뛰었고, 홀로 몇 박씩 여행을 떠났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퀴즈프로그램에 나갔다.



그 때마다 도전들은 내게 무언가를 안겨주었다. 런치세트가 비록 2시까지이지만 사장님께 잘만 말씀드리면 3시 반에도 런치세트를 먹을 수 있다는, 규칙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얻어야 한다는 세상 속 진리를 익혔다.


누군가 진실을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를 피력해야 하는구나, 신데렐라가 왕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인내로 집안일을 완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도회장으로 탈출해 왕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구나. 방송국 퀴즈대회에서 배운 사실이다. 번지점프를 뛰고서는.,,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젊었을 적의 삶은 마치 퀘스트와 같았다. 도전을 하면 그 때마다 아이템을 얻어가는 그런 퀘스트.     

얻은 아이템이 늘어가니 조건이 붙었다. 실패 시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모두 반납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도전을 통해 얻은 것들은 귀걸이나 양복과도 같은 것이었다. 번쩍이는 귀걸이는 달릴 때마다 뺨을 때렸고 맵시 좋은 양복은 팔을 힘껏 뻗을 때마다 몸을 죄여왔다. 그 대표적인 두 가지가 직업과 돈이다.


직업은 내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었으나 한편으로는 세계여행의 로망을 버리게 만들었다. 아마존에 가서 환경보호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다. 그렇게 길게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접었다. 사실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직업을 움켜쥐었기에 내린 선택에 불과한데 말이다. 점점 특정 시간대나 장소에 직업적 제한이 들어섰다. 꿈이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돈 역시 도전으로 얻었음에도 도전을 막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가진 돈은 바오밥 나무처럼 기골이 장대한 축에는 끼지 않는다. 그보다는 새싹 정도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 소중한 새싹이 키우다 보니 아름드리 나무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기껏 새싹이 생겼는데 이를 내팽개치고는 모험을 찾아 떠날 수 없었다. 유럽 여행에 몇 백 만원이 든다고?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렇게 써. 나는 그렇게 각종 원데이 클래스, 공연과 전시회를 뒤로하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삶에서 가끔 기회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이는 내게 묻는다. 성공했을 때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계속하시겠습니까? 


내가 가진 것을 돌아본다. 귀걸이가 무거워 귓볼이 쑤시고 양복은 끼어서 숨이 막힌다. 하지만 버리기에는 귀걸이에 박힌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양복은 나를 근사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한편으로 내가 트레이닝복 차림은 고사하고 팬티에 런닝셔츠 바람으로 살아갈까 두렵기도 하다.     




나는 현자인가 겁쟁이인가. 나와는 반대로 새로움에 도전하는 이는 도전정신이 투철한 걸까, 무모한 도박사일까. 역사가 늘 그래왔듯 결과에 따라 미래의 평가는 갈릴 것이다. 나는 그저 3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후하게 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전세계를 누비는 행동하는 작가’라는 꿈을 누를 뿐이다. 정 우울하면 다음 달에는 삼성주식 한 주를 포기하고 클라이밍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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