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엄마를 사랑하는지도 이젠 모르겠다.

원망도 사랑도 둘 다 진실이다.

by 단단

내가 엄마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이젠 모르겠다. 너무 밉다. 너무 미워. 그리고 너무 화가 난다. 엄마랑 말하다 보면, 퓨즈가 나간 것처럼 내가 분명히 언성이 높아질 것 같고, 말이 빨라질 것 같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죄책감과 같은 걸 느낄 테고. 그래서 엄마를 피했다.


그러나 단절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린 자연스럽게 뭉쳐지게 될까? 다음 주에 엄마 생일인데 그때 연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음속엔 연락하고 싶지 않은데, 연락 안 하면 상처받을 것 같고. 그런 거 보면 아직 엄마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기다렸었네.. 나...' 엄마의 연락이 반가웠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나를 잊지 않았구나.'라는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막상 뭐라고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틀 뒤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 나 김치가 없어.'라고 말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두 달 만에 엄마를 만났다.


우여곡절 속에 만난 엄마랑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채 밥을 먹었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엄마랑 한참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요즘 일하는 건 어떤지,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주었다. '엄마도 내가 궁금했었구나.' 생각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상태가 안 좋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엄마는 내가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서로 단절되어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어쨌거나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었던 거다. 그저 각자의 입장에서 논리만 층층이 쌓아가고 있었던 것뿐.


그날의 만남 이후로 속이 많이 개운해졌다. 그리고 엄마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고, 답답했던 가슴 통증은 조금 해결된 것 같다. 그리고 나서야 엄마의 문제와 내 문제가 분리되어 보였다. 나는 시기적으로 굉장히 압박감이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나대로도 충분히 힘든데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해 심리적 무게가 더 증폭되어 나타났던 거라 이해했다. 그러니, 엄마에 대한 원망을 거두니 딱 내 것의 무게가 보이는 원리랄까.



딸인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 것은 참 불편한 감정이다. 여러 책에서는 엄마를 미워해도 된다고 하지만, 글쎄.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엄마를 미워해도 된다고 덮어두는 건 자신을 속이는 것 같다. 나는 이런 흘러온 과정이 결국 단절이 아니라, 다시금 사랑의 회복이라는 점이 참 다행스럽다. 그런 거 보면 나는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고 있고, 엄마에 대한 기대 또한 살아있다.


그리고 미운 마음, 원망하는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 모두가 진실이다. 내가 엄마를 미워한다고 해서,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제 나의 숙제는 나의 높다랗게 쌓은 나의 주장과 논리를 허물어서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보는 것, 내가 더 사랑하는 것으로 돌려놓을 차례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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