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 절망스럽다.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주일 오후 3시였다. 그럴 리가 없다. 술 취한 목소리로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이 있다는 건데, 불편한 마음을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다. 불길한 예감에 옆에 있는 남편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다 알아야 하나?' 모르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아빠가 얼마 전 비상금으로 엄마 (코인) 빚을 다 갚아줬는데, 그 뒤로 또 추가대출해서 코인에 넣었다는 자백을 듣고 말았다.
엄마는 내가 싫어할 줄 아니까, 비밀로 했고 (처음에는 아빠한테도 비밀로 했다가, 결국은 이실직고했다) 이렇게 알려진 게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보고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다. 또 도돌이표다. 엄마는 또 내 뒤통수를 쳤다. 나와 아빠의 뒤통수를. 여기서 동생을 빼는 이유는 동생의 스탠스와 온도는 차이가 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우리 아이들이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또 그러냐고, 제정신이냐고, 이렇게 또 가족들을 속이냐고,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아빠를 왜 멀쩡한 사람을 폐인을 만드냐고 화를 냈다. 엄마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현재 손해 난 거냐, 아니라면 당장 팔아서 아빠 돈부터 보전해라. 그런 말 끝에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니?'라는 말 한마디 했다.
엄마는 항상 이런 식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 문제가 아니라는 등, 다 계획이 있다고, 너랑 나랑은 방법이 다른 것뿐이라고, 자신을 그렇게 판단하지 말라고, 잘못한 건 안다고, 그래도 네가 말하는 대로 하진 않을 거라고, 자신은 확신이 있다고 한다. 엄마는 원하는 대로, 본인이 믿고 싶은 대로 긍정회로를 돌리며, 지금까지 버틴 게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수익실현을 하겠다는 것이다. 빚투가 뭔 대수냐. 잃어봤자, 연금 날아가는 건데. 이런 마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로 약 4년째 엄마랑 갈등하고 있다. 우리 사이는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그 사이 나는 엄마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에 너무 안 들고, 용납이 되지 않지만 어쩌겠어. 엄마의 사고방식과 신념이지만 나랑 다른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엄마랑 딸로서는 지낼 수 있겠지 희망회로를 돌렸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시시콜콜한 일상이야기를 하면서,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은 사이야.라고 자위했다. 그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게 느껴졌다.
엄마는 여전히 코인의 망상에 빠져있었다. 나는 코인을 잘 모른다. 차라리 주식을 한다고 하면 이해를 하겠는데, 코인은 내게 너무 두려움의 영역이다. 그러나 엄마는 자신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중에 두고 봐'라고 한다. 굉장한 결과를 보여줄 모양새다. 그러나 엄마가 망상에 빠져서 저질렀던 일들, 가족들을 모르게 했던 행동들이 아직 다 수습이 안되고 관계에서 여전히 핫한 이슈인데도, 불난 집에 기름은 더 부은 것이다. 엄마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중독자라는 말 밖에는.
나는 중독에 빠진 엄마랑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절이 답일까? 가족을 버리면 되는 걸까? 우리 아빠는 불쌍해서 어떻게 사나? 너무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