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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Oct 31. 2022

참호 일기

메모... 2010년 1월 즈음

하루.


추워 죽겠소

여름이불 추가

이젠 더워죽겠소


허공으로 치솟은 무용수처럼

무지개가 떴다.

여기는 참호, 여기는 참호, 응답하라.


추억은 설탕으로 만든 석상

혀 안에 넣고 우물거리자 

파도가 잎을 친다


시, 똑 따서 씹어먹다

눈물이 찔끔

코 끝이 얼얼.


착각하지 마.

시 때문이 아니야.

추워서 그래.


이 노을이 지고 나면 제주의 하루는 END, 제주의 하루는 태양의 주기와 맞춰 돌아간다. 해 진 뒤에는 식당을 찾지 말라.



겨울 한낮

창문을 끌어 덮고 낮잠을 자다

별을 보아요. 늘 꿈에 오는,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의 음률

가로등도, 한라산도

담는 풍경마다 춤추는 그림자


그래, 제주도엔 바람이 있고

과테말라 쉘라에 가면 마야의 돌이 있지

그리고 나에겐 참호가 있네


태양은 만일에 만 번 꼬박 뜨고 지는데

노을은 만일에 만 번 꼬박 다르네

담백하게 구운 쫀득이처럼 발간 하늘.


0.1도 정도? 오늘도 다른 하늘.

오늘 놓치면 다시 못 볼 노을은

젠장, 인생이잖아


상관없이 도란도란 뻗어가는 고사리

그림자가 거미줄을 치네

텐트 위로 휘익 조롱이 날개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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