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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Oct 13. 2022

아내를 위한 문장. (1)

랭보

랭보의 시 

(‘감각’, ‘나는 떠나지 않는다.’, ‘아침의 좋은 생각’ 등 편집)


여름 야청 빛 저녁 들길을 가리라, 

밀 잎에 찔리고 잔불을 밟으며.... 

몽상가, 나는 내 발에 그 차가움을 느끼게 하네.


가자! 

행렬, 짐, 사막, 권태와 분노....

나는 체형을 받으면서 노래하는 종속이다. 


나는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도덕감각도 없다. 

누구에게 나를 세놓을까? 어떤 짐승을 숭배할까? 

어떤 가슴을 상하게 할까? 어떤 거짓을 품어야 할까? 

(오히려 정의를 경계할 것)


나는 아직도 자연을 아는가? 

나는 나 자신을 아는가? 

다른 삶들도 있는가?


하나님! 나는 구원 속에서도 자유를 원합니다. 

어떻게 자유를 추구할 것인가!

가슴은 어디로 가는가? 싸움터로? 


나를 생각하라. 

그러면 나는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으리. 

내가 괴로워하지 않을 좋을 기회다.


마침내 나는 내 정신의 무질서가 성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종의 로맨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세상에 상처받는 당신에게...


당신은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나는 곰이 온다며 도망치라 당신에게 소리쳤는데, 

당신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신 등 뒤에 달려오는 곰이 보이는데

당신은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엉뚱한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난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었습니다. 


이런 꿈을 자주 꿉니다. 

당신과 결혼할 때 장인어른께서 나에게 해 주신 첫마디가 자꾸 떠오릅니다. 

“내 딸은 냇가에 내놓은 아이 같네. 잘 부탁하네.”


내가 하는 얘기는 듣지 않으니 책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책모임에 가보라고 했지만 

그 말도 역시 내가 하는 얘기였기에....

당신을 책모임에 데려가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신은 이렇게 말하며 책모임 중단을 선포했습니다. 

“다시는 책모임을 하지 않을 거야! 그 어떤 책모임도!”


그러나 뒤돌아서 내게는 살며시 이렇게 얘기했죠.

“그래도 책모임을 한 덕분에 책은 계속 읽게 될 것 같아.”


희열은 이런 때 느끼라고 만든 말 같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이 읽고 싶은 책, 즉 하나의 책만 읽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권유해 봐도 첫 문장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읽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 덕분에 나의 글은 늘 첫 문장이 신경 쓰입니다. 


그런데 최근 당신은 다른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에 올린 나의 글을 읽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자기 글은 읽을게. 다른 책은 안 읽어도....”


그래서 이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읽지 않는 책을 대신 읽어드릴 예정입니다. 

당신이 듣지 않는 나의 목소리와 함께...... 




위 랭보의 시를 읽으셨겠지요? 

당신을 위한 첫 문장으로 랭보의 시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시를 읽지 않지요.)


왜냐 하면 요즘 당신은 세상에 분노하느라 

본인이 다치고 있는 걸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신이 걱정됩니다. 


잘 읽어보세요.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을 돌려 이제 나를 돌아보세요.

랭보의 시 다섯 편을 당신을 위해 편집하여 하나의 시로 완성했습니다. 


오늘도 부디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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