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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Nov 05. 2022

참호 일기

생존 본능


생존 본능

2014. 7. 24



때로 기억나지 않는 어미가 그립다

나도 옆집 아이처럼

어미의 젖 냄새를 얘기하고 싶다


어미의 품은 구름이 되고

어미의 노래는 파도가 되었다

아비의 얼굴은 발길질에 가려졌다


어미의 꾸중을 들어야겠는데

혼날 짓을 해도 나는 혼자다

품이 그리울 땐 이부자리에 든다


그래, 어미는 잊어야지

다른 새끼를 품에 안고

떠난 어미는 따위로 버려야지


부모 형제 없는 고아가 되던 날

가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서 몽글하던 생존의 냄새


꼬리를 흔들고, 배를 뒤집는다

마당을 열 바퀴나 돌면서

웃고 나니 밥이 나온다


털이 옅어지고 꼬리가 말리고

다리는 짧아졌지만

사냥하던 시절보다 행복하다


어미 아비와 살던

시절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도 그들은 간혹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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