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지 유 Nov 22. 2023

참호 일기

탐라여, 너는 몽정을 아느냐

"모시풀이 곶자왈이 되기까지 달래주고

닦아 준 하늘의 울음을 듣고 쓰다."


몽정하는 한라산


제주도


자욱한 먼지 검찬 돌섬에

모시풀 하나 피었겠다


모시풀은 다시 모시풀이 되고

모시풀과 모시풀 사이로 종가시 나무가 자란다


종가시 나무 젖으로 자란 숲은

달큼한 젖의 세계


젖은 바다로 흘러

고기 목을 축이고

고기는 다시 고기가 되고


고기와 고기 사이로 첫 배가 오고

탐라가 되었겠지


탐라의 인간들은 오늘도  

종가시 나무 목을 열심히 베고 있다.

그 젖으로 사는 줄도 모르고


이곳 이름은 탐라

나는 탐라의 종가시 나무 무덤에 참호를 파고

갈매빛에서 거둠 거둠, 희망의 요체를 핥는다.


춥춥, 춥춥

젖을 빠는 아이가 되고 그 젖을 주무르다

몽정을 한다


지빠귀도, 까마귀도,

노루도, 달팽이도, 돌고래도

함께 몽정을 하는 섬


제주

작가의 이전글 산책의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