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민 Oct 14. 2018

기대한다, 기대하지 않는다

<빅이슈> No.168 EDITORIAL

기대-하다: [동사]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린다.


기대라는 감정은 몹시 위험하다.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그만한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때를 떠올려보다. 실망하고, 속상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기대라는 것이 계약처럼 상호 합의를 도출한 사안은 아니므로, 상대방은 '얘가 왜 이러나?' 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 알아달라고 내색했는데, 알아줄 거라는 기대가 또 어긋났으니 다시 섭섭해진다. 애초에 기대한 게 문제다.


기대가 없다면 평온해질 수 있지 않을까. 연인 사이에 기념일을 잊거나 약속에 늦어도 상관없다. 기대가 없으니깐! 팀원에게 일을 맡겼는데 엉망진창으로 해놔도 괜찮다. 기대를 안 했으니깐! 중요한 시험을 망쳐도 심란하지 않다. 점수가 잘 나올 것이라 기대가 없었으니깐 말이다.


'기대 없음'은 대부분의 경우에 대입해도 웬만큼 적용 가능하다. 최근 기분이 상했던 이유를 더듬어보라. 결국 기대 때문 아니었나? 기대는 우리의 마음을 좀먹는다. 감정의 변화를 바닥으로 떠미는 것은 사실상 기대다. 기대라는 마음을 제거하는 일은 부정적 감정에서 해방되는 길이다.


기대를 지운다. 기대하지 않는 삶은 기대받지 않는 삶과 맞닿는다. 당신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부담도 덜고,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이것은 당신을 포기하고, 단념했다는 이야기다.


기대라는 것은 그러니깐 아직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바람이다. 인간이 인간답기를, 각자가 맡은 역할의 의무를 다하기를, 세상에 좀 더 유익한 존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응축된 기대는 동기부여나 자극이 되어, 더 나은 삶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된다. 이전과 다른 세상을 기대했기에, 앞서 우리는 기꺼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지 않았나.


어쨌거나 선택은 당신 몫이다.





이전 01화 취향 없는 취향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