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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Dec 02. 2018

죄책감은 없없다

<빅이슈> No.172 EDITORIAL

'즐겁고 유쾌하게 살았다.' 이렇게 믿(고 싶)던 내 과거는, 불편한 것을 외면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이곳 <빅이슈>에서의 삶은, 이러한 것을 깨닫는 순간의 연속이다.


지난 2009년 1월 용산의 하늘이 새까맣게 뒤덮인 날, 애써 그것을 못 본 척했다. 2014년 4월 수많은 생명이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았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홈리스, 성소수자 등의 소수자 및 소외계층, 혹은 페미니즘을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부조리에 침묵했고, 죄책감은 없었다. '다들 그러니깐'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니깐'. 궁색한 변명은 부끄러움을 가렸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쥐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로써 얼마나 비상실적인 일을 당연한 일로 둔갑시켰냐를 떠올린다. 타인의 불행을 집어삼킨 편협한 행복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걸음을 옮긴 것을 직감하니, 비로소 편안해졌다.


2018년 1월 20일은 '용산 참사 9주기'였다. 이번 호에는 9년 전 망루에서 죽어간 이, 그리고 그때의 일로 여전히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제대로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은 사건이다. 시간에 파묻혀 자칫 잊힐 뻔하던 일이,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과 더불어 영화 <공동정범>의 개봉으로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평화올림픽'으로 각광받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다소 불편한 이면도 담았다. <피의 연대기>로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대한민국 여성의 생리 이야기도 되짚어봤으면 하는 주제였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빅이슈>가 삶의 변화를 이끄는 단초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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