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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Nov 25. 2018

우리의 길을 걷기로 했다

<빅이슈> No.181 EDITORIAL

그런 때가 있었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순간. 그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완 벽히 깨닫기까지 적잖은 희생과 시간이 필요했다. “한 사람의 적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믿고 의지할 내 편 역시 한 명도 없더라”는 누군가의 고백은 덤덤했지만 서프게 와닿았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걱정도 됐다.


전부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바꿔 말하면 일부를 만족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취사선택한 일부, 그것으로 충분하다. 노력으로 짜내어 맞춘 관계는 언젠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 말해야 하고, 함께 갈 수 없는 이는 과감하게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더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스트레스까지 받으며 끙끙대봤자 정작 당사자는 그런 노력도 알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다. 괜한 기대는 금물이다.


격주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잡지를 만드는 일은 어쩌면 이런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호 고민할 일이 생기고,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든든한 기고자가 있고 안정적 으로 돌아가는 연재 코너가 존재하지만, 에디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갈림길이 되는 것처럼, 콘텐츠의 선별은 잡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몫을 한다. 때로는 그 선택에 실망하는 이도 있고, 더러 등을 돌리는 독자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명확한 방향을 향 해 걷기로 결심했다. 돌아보며 주저하는 것은 기꺼이 우리의 동행을 자처한 이들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이 완벽하게 옳거나 언제나 성공적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길을 밟아나갈 생각이다.



이번 호 표지는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다. 그가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오션스8>는 여성 중심의 영화다. 남성 위주로 모든 것이 짜이는 대부분의 화들 틈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벌어지는 사회의 변화와 맥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말 못 하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물고기 떼, 평생을 인간에게 고통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코끼리들에 대해 조금이 라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고민을 거듭해 취사선택한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제대로 가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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