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 No.179 EDITORIAL
모든 것은 변한다. 속도가 더디거나 예측 가능한 범주였을 때 그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할 뿐,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잇따르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던 이들이 뒤늦게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이해할 수 없어 분노했던 몇 가지 일들에 대한 물꼬가 덕분에 차츰 트인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에 대한 속단은 아직 한참 이르지만, 어쨌든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종전을 약속하는 놀라운 장면을 목도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여전히 잘못된 신념, 혹은 물욕에 잠식된 채 변화를 거부하며 요지부동인 이들도 있다. 꼿꼿한 자세로 깁스를 한 기득권자들, 정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이런 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진그룹 재벌 총수와 오너 일가의 그릇된 행동이 큰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그들의 문제를 나서서 비판하는 용단을 내린 직원이 늘어난 상황은, 건강한 변화다. 대중이 그들의 후원자고 조력자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글이 1년 전 <빅이슈>에 실린 적이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 추모와 관련된 글이었다. 곪아버린 사회가 만들어낸 참극. 여성 혐오가 단순한 담론이 아닌 생존에 대한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그날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바뀌었다. 다양한 연대가 만들어낸 목소리는 뒤틀린 세상을 변화시키려 애썼다. 여성들의 힘이다.
남성으로서 무언가 힘이 되고 싶어 그 역할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 지인으로부터 받아든 답변은 "남성이라는 사실만으로 누렸던 모든 것을 인정하기, 그리고 그것을 모두 내주기." 이말을 요즘 자주 되새긴다.
<빅이슈>도 지난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기와 판매도 중요했지만 제대로 된 취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를 인터뷰이로 선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예인의 지분이 줄었다. 건강한 사고를 가진 연예인을 한국에서 찾는 일은 애석하게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돈과 인기, 그리고 기득권과 권력에 영합해 옳고 그름은 미뤄두는 게 일상다반사인 곳이다. 또 그러한 이들은 남들보다 쉽게 성공을 꿰차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와 기꺼이 함께한 이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오래, 폭넓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면에서 다루는 모든 콘텐츠가 단순히 자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지양했다. 흥미 있게 읽히면서도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누군가에겐 더딘 변화로 느껴질 수 있지만, 확실하고 단단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