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바엔 혼술이 낫다

by 박현민
'드르르르륵.'


새벽 2시, 상수동에 위치한 김씨네 심야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혼자 앉는다. 생맥주 한 잔과 아부라 소바 한 그릇을 주문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언제나처럼 그저 혼술이다. 이제는 좀 익숙해진 사장님과 눈인사를 나눈다.


혼자 마시기에 여기만한 곳이 또 없다. 새벽 시간에도 열려있고, 3인을 초과하는 단체 손님 출입을 금한다. 그러니 가게를 전세 놓은 것처럼 떠드는 취객 인파를 마주칠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 혼술을 할 때 힘든 것은, 외로움 따위의 사치스러운 감정이 아닌 단체 손님의 소음이다. 아부라 소바로 심신의 허기를 채우며, 생맥주를 목에 부어 입가심한다.


"맥주 한 잔만 더요."


언젠가부터 연예 매체들이 기자들에게 TV 방송 실시간 모니터 기사를 쓰게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가 해당 기사로 메인을 도배하게 되면서인지, 아니면 모니터 기사가 쏟아져 메인이 도배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일이 끝나면 새벽 1-2시가 되는데, 미치도록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잠들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소중한 나의 하루가 쓸데없이 공중으로 마구 흩뿌려진 기분이 든다. 속상하고, 한심하다.


ⓒPixabay


그때부터다. 밖으로 나가서 어떻게든 혼술을 하게 된 게. 누구와 약속을 잡고 술을 마시기에는 지나치게 늦은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끝나는 시간은 늘 불규칙했다. 언젠가 글이 술술 풀릴 때나, 메인에 기사가 걸렸을 때는 여유가 생기지만, 그 외의 경우들은 단어나 서술어가 자판 위에서 뒤엉켜 당최 문장의 진도를 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혼자 술을 마시게 되면서부터 누군가와 술을 마시는 행위가 가끔은 힘겹다. 혹여 인원이 소수일 때는, 다만 몇 분의 정적이 어색해 뭐라도 말이란 것을 억지로 끄집어내 뒤섞는데, 쓸데없는 내용이 태반일 때가 많다. 어차피 다음날 기억조차 나지 않을 이야기를, 침묵에 등 떠밀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지한 것처럼 나누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럴 바엔 그냥 혼술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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