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냐?"는 어려운 질문

성의 있게 답하기 위한 나름의 고찰

by 박현민
"너 요즘 뭐하니?"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나름 열심히 답해보려 노력하지만, 그게 영 쉽지 않다. 앞서 10여 년 동안, '직장인'이었던 순간은 내가 다니던 직장 이름이 이 질문의 답을 대신했다. '기자'나 '편집장'이라는 직함도 추가 설명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문답이 오가는 과정이 썩 명쾌하진 않다.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반적으로 알던 직업의 세계관을 벗어나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지금 수도 없이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를 무한 청취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박현민

난 요즘 흔히 말하는 'N잡러'다.


그렇지만 흔히 통용되는, 본잡이 있고 그것과 함께 사이드잡으로 하는 일이 존재하는 것과는 좀 다른 형태다. 정말로 여러 업무와 수익이 1/N로 나뉜 상태다. 본캐 없이 부캐만 넘쳐나는 기분이다. 기자, 칼럼니스트, 평론가, 자문위원, 평가위원, 심사위원, 기획자, 편집자, 홍보인, 마케터 등등.


우주북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엄청 부지런하진 않더라도 느릿하게 7권의 책을 만들었고, 그걸 독자에게 차례로 선보였다. 현재는 올 하반기에 나올 몇몇 책을, 작가님들, 그리고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 중이다.


우주웍스라는 콘텐츠 회사도 느슨하지만, 꾸준히 굴러가고 있다. 기획과 홍보와 마케팅을 몽땅 한다. 최근 반년 간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를 비롯해 몇 개의 크고 작은 홍보·마케팅을 하나씩 소화했다. 여러 K팝 아이돌 그룹이 참여한 기후변화 캠페인 'Kstars4climate'의 경우엔 기획부터 섭외, 제작까지 대부분을 맡았다.


당장의 수익이 엄청나진 않다. 그래도 회사의 굴레를 벗어나 여전히 보통의 삶을 별 탈 없이 이어가고 있으니,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조만간 업 하나가 추가된다. 이탈리아에서 핸드메이드 플레이트를 수입해 들여오는 걸 준비하고 있다. 난생처음 하는 생소한 일이다. 이미 여러 기관의 교육을 이수해 차곡차곡 준비했고, 판매를 허가하는 식약처 영업증도 발급받은 상태다. (플레이트의 경우 음식이 닿는 식기이다 보니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더라.) 일단 팔기 위한 준비는 대충 마무리된 것 같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분명 산재해 있을 터다.


코로나19로 직접 만남은 확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이나 전화를 통해 "요즘 뭐하니?"라고 묻는 분들은 꾸준하다. 그럴 때면 "이거 저거 한다"라고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위 줄글로 나열한 복잡한 상황 설명 때문이니, 왠지 성의 없이 답하는 것 아니냐고 너무 나무라진 말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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