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회사 밖으로 나온 어느 노동자의 하루

何とかなるだろう。

by 박현민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회사에 몸 담은 시간 측정이 좀 달라질 것 같지만,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던 하나포스닷컴을 기준으로 하자면...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이렇게나 완벽하게 회사 바깥으로 나온 것은.


하나포스닷컴, CJ미디어, 스포츠조선, 그리고 다시 CJ ENM, OSEN, 빅이슈, TV리포트, 뉴스에이드... 계획된 방향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 먹고살려고 고군분투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보다는, 거의 대부분 오기와 끈기, 그리고 상당 부분 인복과 운으로 버텼던 시간이 많기에 요즘처럼 번뜩이는 MZ세대 틈바구니라면 감히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씁쓸하면서 한편으로 다행이다.


퇴사했고 우주웍스를 차렸다. 사이드잡으로 시작한 우주북스는 이제 모양새를 갖췄다. '회사를 차렸다'고 해도 사실상 프리랜서에 가까운 삶이다. 눈 앞의 의뢰나 프로젝트를 하나 해치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형태. 그 사이는 꽤 여유롭다. 최근 진행한 K팝 아티스트 기후변화 캠페인 'Kstars4climate'는 이제 거의 막바지라 다시금 여유의 시간이다. 물리적인 여유에 정신도 탑승하면 좋을 텐데, 아직 내 정신은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게 익숙지 않아 초조하다. 이런 상태의 정신을 달래며 좀 제대로 쉬게끔 하는 게 요즘 나의 새로운 과제다.


아침 루틴은 있다. 각 서점에서 들어온 팩스를 확인하고, 주문이 들어온 책들을 배본사를 통해 각 서점에 입고한다. 우주북스가 벌써 2년이 된 탓에, 이런 일은 익숙하다. 그 외의 오전은, 그냥 쉰다.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웹툰도 보고, 책도 읽고 아무튼 가능한 느긋하게 지낸다. 점심부터 미팅이다. '미팅'이란 업무적 단어를 차용해야 싶지만, 어쨌든 만나면 일 얘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깐 '미팅'에 가깝다.



오후엔 사무실로 간다. 재택근무에 퇴사까지 더해지면서 '집콕' 기간이 길어져 자구책으로 마련한 공유 오피스다. 바깥바람을 쐬기 위한 용도지만, 무료 커피나, 프린트 출력, 미팅룸 등을 이용해보니 나름 실용적이다. 여기선 대체로 읽고 쓰고 고민한다. 우주웍스의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있어, 홈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아직 꼬꼬마인 우주웍스가 어서 잘 작동하길 바라면서도, 무리하게 서두르진 않겠다는 생각을 다잡는다.


우주웍스와 우주북스의 일이 교차로 돌아가는 건 확실한 활력이다. 기획과 제작, 홍보와 마케팅이 맞물리는 일은, 각자의 영역을 파악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유사한 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따분함도 방지된다. 몇 번의 업무를 하며 기획자는 물론 디자인이나 영상 디렉터들과 협업해 일하는 것도 즐겁고, 여러 회사와 다양한 방식의 형태로 업무를 분배하는 것도 유쾌하다.


여전히 '앞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언제나 '어떻게든 먹고살겠지'로 귀결된다. 막상 회사 밖으로 나올 때는 닥치지도 않을 걱정들에 휩싸여 심란했지만, 정작 나오고 난 뒤에는 어떻게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니 그 자체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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