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처음으로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혹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1cm가 넘고,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굵은 바늘로 찔러 검사받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근 일주일 간 나는 엄청난 심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히. 결과는 섬유선종이었고,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바로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큰 병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고, 수시로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지나친 건강염려증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건강을 챙기는 습관은 좋지만, 삶의 최우선 순위를 건강으로 두고 두려움에 떨며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극도로 예민해지고, 변화를 병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마치 죽을 날을 받아 두고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처럼. 내 몸 구석구석 이상이 없는지 강박적으로 체크하고, 조금만 달라져도 당장 병원으로 가 검사를 받아야 안심이 되었다. 병원에서 큰 문제없다고, 정 불안하면 6개월~1년 단위로 정기 검진을 받으라는 말을 들으면 순간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또다시 '혹시 의사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한 생각이 들며 불안해졌다.
어느 것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특히, 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나는 해외 출장이 잦은 부서에 근무하는데 '비행기에서 치통이 재발하면 어쩌지?', '출장지에서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근처에 한인 병원이 있나?' 근심하며 검색할 정도였다. 중장기 인생계획이나 새로운 도전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작년 봄, 회사에서 해외 연수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언제 어디서든 병원에 달려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야 했으니까. 게다가 스트레스를 견딜 자신도 없었다.
지금은 작년에 비해 건강염려증이 조금은 나아졌다.
계기는,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움츠러드는 나 자신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불안에 도움되는 책을 읽고, 명상 앱을 듣고, 인상적인 구절을 핸드폰에 저장하여 매일매일 보았다. 가족, 친구들과도 이야기했다. 나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병원을 자주 찾는 직장 동료들이 있는데,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첫째, 의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큰 이상 없어요. 지켜봐요. 이런 건 흔해요. 문제가 생기면 치료하면 돼요. 불안하면 언제든지 오세요.' 같은 말들. 둘째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을 실천하며, 두려운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늦추거나 확률을 낮추게) 노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