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영을 마치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허기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걸음을 멈추고 버스를 탔다. 한낮에 걸었더니 조금 더웠고 배가 너무 고파서 당장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정처 없이 너무 걸어서인지 허기는 짜증을 불러왔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무얼 먹어야 할까. 하지만 냉장고에는 바로 먹을만한 음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난 지금 무언가를 만들어서 먹을 에너지 가 남아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갈증이 시작되니 덩달아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싶어졌다. 이곳저곳을 들러 먹을 음식과 맥주를 사야 하나 싶었지만 이미 나의 허기는 극한의 조급함을 몰고 왔다. 결국 난 집 근처 식당들이 즐비한 길목에 들어서자마자 일식당에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 맥주와 음식을 시켰고 그렇게 시원한 맥주는 아주 빠르게 나의 손으로 왔다. 길게 한 모금을 들이켜자마자 행복은 찾아왔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허기는 금세 채워졌다. 허기와 짜증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혼자 식당에 오는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아니 캐나다에서는 처음이었다. 식당 안에는 모두 일행이 있는 손님들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식당에 들어온 것에 아차 싶었다거나 조금은 머쓱했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맥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여행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하고 말이다. 이상할 건 없었다. 종종 어떤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표현을 다름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곤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름을 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그들은 이상하다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두서없이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섞여있다. 시기마다 조금씩 자주 듣는 장르의 음악들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다수가 좋아할 만한 흔히 말하는 대중적인 음악들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들은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하나의 카테고리 같은 것이다. 그냥 내가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음악을 적게 듣는 것뿐이다. 그 사실을 나도 알고 있기에 난 선뜻 내 플레이 리스트를 틀지 않는다. 그래서 내 플레이 리스트에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은 뿌듯해지는 그런 구석이 있다. 자주 주방에서는 노래를 트는데 웬만해선 내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외국인들과 일할 때 내 플레이 리스트는 동료들을 춤추게도 했고 무슨 노래인지 물어오면서 곡을 알아가기도 했다. 종종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물론 이안에서는 동 시대성을 갖기도 했고 모르는 노래여도 신이 나 춤을 추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일할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놀라울 정도로 모두의 선곡이 비슷했고 반복 재생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누군가 나에게 음악을 틀라고 했고 그때 다른 한 명이 이야기했다. 내 플레이 리스트가 이상하다고. 순간 나는 생각했다. 저 이상하다는 말이 무얼까 하고 말이다. 이상하다는 말에는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는 의미도 있으나 이게 색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 색다르다 말할 수 있는 건 너무나도 긍정적 의미이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며칠 동안 이상하다는 것에 대해서 곱씹어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름에 대해서 쉽게 이상하다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사회가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너무나도 쉽게 이상한 무언가로 단언되어 버리곤 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일수도 있겠다. 30대 후반의 내가 연애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은 것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이상하다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이상하다 말할 수 있는 범주는 매우 넓은 듯도 싶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범주는 좀 더 명확하게 통용되었으면 좋겠다. 다름을 이상하다 말하는 그 어떤 이의 말에서 나는 사람들이 왜 다름을 이상함으로 생각하는지 좀 더 고민해 봤다. 이상하다 말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간편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미 어떠한 다름에 대해서 이상하다 말하는 순간 그 다름에 대한 어떤 호기심도 알고 싶다는 마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정말로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다. 다수가 생각하는 상식선에 반하는 것을 이상하다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저 너무 단순하게 다름이라는 것에 이상하다 말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냥 나와는 취향이 다른 사람 혹은 나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등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더 낮지 않을까? 다름에 있어서 사람들은 종종 이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기도 한다. 나를 포함한 본인이 생각하는 절대적 다수와 다르다고 해서 비정상의 범주로 가져다 놓을 수는 없다. 그것은 때론 너무나 폭력적이며 본인의 편의를 위한 편협한 생각일 뿐이다. 나는 나와는 다른 무언가에 대해서 이상하다 말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물론 이상한 것에 대해서 이상하다 말하기를 꺼려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떠한 다른 지점을 가진 것들에 대해서 궁금해하려고 한다. 설령 그것이 내 마음속에서 저건 조금 이상한걸 싶어도 그것이 그저 다름이라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한다. 사실 내가 더 궁금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저 모두 다 다른 것인데 그럼 각자 그 다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라면 그뿐이다. 이렇게 이상하다는 말을 계속 꼽씹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이상한 사람 같나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