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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an 16. 2023

나는 초등 학부모, 00 엄마입니다

내 이름과 역할 사이를 누리자

구 oo 씨, 들어오세요


 이름을 듣고 화들짝 놀라긴 처음이다. 간호사 선생님의 호출에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이렇게 특별할 일인가, 우습기도 낯설기도 하다. 하긴, '00 엄마 혹은 어머니~' 소리가 어느새 훨씬 익숙해져 버린지 꽤 오래되었으니. 병원이나 관공서에서만 가끔 들을 수 있는 내 이름이 새삼스러울 만도 하다.


게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맘이자 프리랜서로 종종(?) 일하는 삶을 살고부터는 '나'란 사람보다는 '엄마'의 역할로 더 많이 불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 자체가 싫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단지 새삼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풀타임 워킹맘이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좀 달랐을까 궁금하긴 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하나.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하고부터는 '헬로쿠쌤'이라는 닉네임이자 캐릭터가 하나 더 생기긴 했다. 온라인에서 만나 오프라인까지 확장해서 만나는 지인들은 내 이름대신 '헬로쿠쌤'으로 부른다. 참 재미난 세상이 되었다. (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온라인 친구들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인간관계가 더 넓어졌습니다'란 글을 참고하시길)




'신부님'이 '어머니'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예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를 정하고 허니문 견적을 알아보러 이곳저곳 업체를 둘러볼 때 나를 부르던 호칭. '신부님.'


가톨릭 성당의 신부님도 아니고 저 간드러진 마케팅스런 목소리와 톤은 또 뭐람. 낯간지럽기 그지없었으나 간사하게도 어느새 '신부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익숙해질 때쯤 나는 유부녀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산부인과에서부터 나를 부르는 호칭은 갑자기 '어머니'가 된다. 조리원을 거쳐 어린이집에 가고 또 유치원에 가서도, 아이가 아파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도 난 '00 엄마' 혹은 '어머니로' 불렸다.


초등 학부모가 되면 좀 다를까?


그러다 어느새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유치원 학부모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초등학생 학부모. 본격적인 교육의 시기, 더 정확히 말하면 사교육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더 많은 학원상담과 교육체험을 접하게 되고 상당 부분 그 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00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고 있다. 동네에서 아이엄마 친구들을 만나거나, 이웃을 만나면서까지 내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겠으나. 앞서 말했듯 이에 불만은 없다. 삶의 스테이지마다 우선순위와 요구되는 역할이 있으니 말이다.




내 이름을 찾는 또 다른 방법


나의 온라인 닉네임 '헬로쿠쌤'. 이 브런치글도 '헬로쿠쌤'이란 닉네임으로 발행하고 있다. 뜬금없지만, 이 자리를 빌려 구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전하는 바다.


그렇다. 헬로쿠쌤이란 존재 덕분에 또 다른 나를 발산하며 내 이름과 역할의 간극을 잘 채워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00 엄마로만 살기엔 인생이 길다는 깨달음에서다. 오해는 마시라. 두 남매의 엄마로 사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00 엄마'라는 역할과 타이틀이 없더라면 '헬로쿠쌤'이라는 매력적인 온라인 캐릭터도 탄생하지 못했을 거란 예상이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어떤 것을 당연하게 누릴 땐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더라. 물론 나도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엄마로 살게 만들어준 두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역으로, 아주 만약에 내가 '헬로쿠쌤'으로만 혹은 '구 00 씨'로만 살았으면, 나는 00 엄마가 되는 꿈을 계속 놓지 못했으리라. 


오늘도 헬로쿠쌤이자, 구 00이자, 00 엄마인 나는 내 역할과 이름의 간극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이 글은 00 엄마가 아이의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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