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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Nov 25. 2022

난 다른 엄마들이랑은 달라. 진짜로?

결국 아이의 사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월 교육비가 어느 정도 될까?


식사를 하던 남편이 대수롭지 않게 묻는다. 그 단순한 질문 한 마디에 괜한 긴장감이 든 나는 한번 정확히 따져보겠다고 얼버무리듯(?) 대답하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 순간 작아지던 나의 마음. 대한민국 사교육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직접 체험하고 알고 있던 나와 남편은 학교 졸업 후 그 지긋지긋한 입시와 관련이 없던 삶을 살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날처럼 보였던 수능일이 이제는 언제인지도 별 관심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그러나 예상보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아이들의 교육을 신경 써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



난 다른 엄마들이랑달라! 진짜로?


과도한 사교육, 치맛바람, 아이 교육에 올인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삶, 맹모 삼천지교...

스스로를 이러한 교육 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여겼었다. 내가 자라올 때에도, 사교육보다는 스스로 노력하는 것에 훨씬 더 가치를 두기도 했고. 물론 사교육을 안 받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가 되고 보니,  나의 나름의 철저한 교육신념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경우 점점 더 잦아진다. 분명 전문가의 이상적인 조언으로 꽉꽉 채워진 육아서와 교육서적으로 다시 한번 무장하고, 굳게 마음을 먹으며 대한민국  사교육을 바라보고 있었는, 정작 아이 엄마 친구들을 만나거나, 학원 선생님과의 상담이라도 할 적에는 그 신념이란 것이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아이 교육 스케줄링이 기획서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니


그동안에는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치고 코로나 직격탄을 맞던 시절이어서 크게 사교육비가 들지 않았다.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지인들은 비싼 교육비를 종종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듯 보이기도 했다. 내가 그런 교육 기관이 좋다 싫다 라는 관점이 아니라, 단순히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해두자.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초등입학한 학부모의 고군분투기는 '고상한 그녀, 드디어 학부형이 되다'를 참고하시길)  3월 입학 전부터 예비초등생 엄마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아이의 학교 적응도 걱정되나, 어느 학원 혹은 어느 기관에서 교육을 시킬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 스케줄 짜는 일에 진심이 되기도 한다. 이 또한 아이의 성향과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리 아이만 남들 다하는(?) 사교육을 안 하고 뒤쳐질까 봐 불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기 마련이다.


듣던 대로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 나도 같이 1학년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적응을 잘하는 것도 아주 고마운 일이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기에 다른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되더라. 내가 어릴 때와는 별반 다름없는 사교육 환경에 놀라는 것도 잠시. 그런 흐름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요즘이 어떤 시대 인대...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예전만큼 대학 졸업장이, 학벌이 그 사람을 대변해주지는 않는 분위기다. 굳이 대학이나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신세계인가! 그렇다고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라.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팬데믹과 온라인 가속화가 유발한 사회 각 분야의 판의 변동은 점점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아직 국내 사교육 시장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를 위해 엄마 마음 더 지키기


아이 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엄마들을 만나면 나 자신이 굉장히 작아지는 느낌이다. 자칫 자녀에게 무관심한 엄마로 오해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가진 교육철학과 신념이 아직은 뿌리가 깊지 않아서겠거니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철학과 신념이 좀 얕으면 어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으로 아이를 지지하는 부모의 역할에 충실한 것 아닐까? 부모가 사교육을 많이 시키든 아니든 그 본질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아이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내 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지혜로운 부모의 마음이 중요하리라.


쓰다 보니 원론적인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지킬만한 것보다 마음을 지키라는 성경 구절 하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무엇보다도 아이 교육에 대한, 엄마 마음을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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