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이 발견한 오픈런의 재발견
좋아, 토요일 아침 7시 30분.
갑자기 웬 오픈런 이야기냐고?
나와 놀기 천재 N은 어느새 오픈런의 선구주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느 오픈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명품이나 소장가치가 있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오픈런'이란 말 그대로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2020년대에 들어 국내 명품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더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재밌는 사실은, 구입한 상품을 더 비싼 값에 리셀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명품뿐 아니라 프라모델이나 캐릭터 굿즈 같은 상품들을 위해서도 오픈런을 하며, 대신 줄을 서주는 오픈런 알바까지 생겼다고 하니 웃지 못할 시대상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오픈런' 아이디어도 놀기 천재 지인 N의 아이디어다. 도대체 아이들과 어떻게 오픈런을 하냐고? 무언가를 사기 위한 오픈런은 아니다. 아이들 사이에 다시 열풍이 부는 포켓몬빵 구매를 위한 오픈런도 아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가는 모든 곳은 최대한 일찍, 가고자 하는 곳의 오픈 시간에 정확히 맞춰 출발한다는 의미의 오픈런이다. 샤넬만 오픈런하라는 법은 없으니.
누구나 여유로운 주말을 원한다. 밀린 잠도 보충하며 느지막이 맞이하는 아침 그리고 늦은 식사. 집안일 조금 하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지나려 하고, 어디라도 가볼까 하는 마음에 찾은 키즈카페나 놀이동산은 이미 인산인해. 다시는 오기 싫을 지경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꽤 있었다.
그럴 때 일침을 날린 N의 한 마디. 주말엔 어느 곳을 가든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더 일찍 서둘러 출발하는 것이고, 평일이어도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치고 빠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시간에 오픈런하려면 몸이 피곤하지 않을까 라는 나의 물음에, 사람에 치이며 그곳에서 제대로 못 놀고 못 누리고 오는 것이 더 피곤하다는 우문현답까지 내어놓는다.
원하는 장소에 일찍만 도착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제대로 즐기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사전 공부가 많이 필요한 것이었다. 노는데 웬 계획이며 공부냐고? 노니까 계획이 필요한 거였다. 아이들이랑 가는 일정은 편의상 자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게 좋다. 따라서, 도착지의 주차정보나 주차장과 입구와의 거리를 파악하여 동선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 위치, 식당 메뉴검색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매운 음식이나 전골류를 먹기는 힘들기에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의 메뉴가 무난하다 하겠다. (아이들과의 외식에 관한 이야기는 '그 좋아하던 돈가스가 질릴 것 같은 이유'를 참고하시길)
요즘엔 가고자 하는 곳의 sns에 후기가 넘쳐나니 그중 잘 정리된 포스팅 몇 개만 읽어보면 대략적인 감이 온다. 인스타그램에서 1차 검색 후 자세한 건 네이버 검색을 이용한다는 N의 꿀팁도 잊지 말기를.
철저한 사전 준비까지 마쳤으면, 오픈런 당일은 체력과 시간싸움이다. 오픈런 전날밤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취침하길 권한다. 아이들 간식과 생수, 휴지 등이 담긴 가방은 미리 준비해 둔다. 양손이 자유로워야 하므로, 엄마의 가방은 크로스백보단 배낭을 권한다. 아침식사는 든든히 하고 출발하자. 배가 고프면 아이들이 예민해지므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놓은 동선대로 주차 후 이동하며 도착지(키즈카페, 박물관, 체험장, 놀이동산 등)를 누리며 노는 시간. 첫 타임에 아이들이 제대로 놀아야 점심식사도 사람들로 더 붐비기 전에 끝낼 수 있다. 피크타임에 식사를 하면 대접도 못 받고 대기도 길고 더 번거롭다.
점심 이후, 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려 들어온다. 바로 이때가 집으로 돌아갈 타이밍.
너무 짧다고? 최선이다. 제대로 짧고 굵게. 아이들도 부모도 체력이 더 바닥나기 전에.
위와 같은 오픈런 육아로 인해, 나와 N은 네 명의 아이들과 주말에도 별로 지치지 않게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오픈런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