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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Feb 23. 2023

제주도 노키즈존만 골라가는 아이 엄마라니

제주도를 보는 또 다른 방법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아시나요?


어느새부터인가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곳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북미권에서 Kids-free zone이라 부르는 노키즈존은 말 그대로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을 뜻하며 주로 음식점이나 카페가 이러한 예이다. 2023년 현재 전국에 430여 개가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관광지의 대표 격인 제주도에만 70여 곳이 존재한다고 한다. 차별과 영업 자유라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논란이 있는 가운데, 최근 제주시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키즈존 금지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양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여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이 글에서 노키즈존 찬반 논쟁을 할 건 아니라서 배경 설명은 이 정도로만 해 두자. 



아이 없이 떠나는 제주도 여행이라면


N에게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을 권유받은 건 지난봄이었다. 제주도 여행을, 그것도 당일치기라니! 나의 첫 번째 반응은 어이없음이었는데 찬찬히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설득력이 있었고 결국 조언대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제주도 '한 달 살기' 말고, 당일치기'를 참고하시길.


이미 제주 당일치기 여행 경험이 많이 쌓여있는 N은 제주여행의 노하우 중 하나로 '노키즈존'을 골라 다닌다는 신선한 말까지 했다.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 참고로 N은 취학 전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역시 놀기 천재의 발상은 신선 하다 못해 신박하다고 해야 하나. 별 것 아닌 듯하나 여행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요소를 속속들이 알고 있음에 감탄하고 있을 때, N이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 없이 어른들만 제주도를 갈 수 있다면, 노키즈존을 골라가는 것도 같은 곳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야. 전혀 다른 여행지 같다니까.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음식점과 카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동반한 여행을 할 때는 방문하고자 하는 곳이 '노키즈존'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늘 체크했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안전과 관리상의 이유로 '노키즈존'을 운영하지만 이용객 입장에서는 보다 여유롭게 그곳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라면 이해하겠지만, 아이와 경치 좋고 맛도 좋은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히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먹을걸이란 마음이 들었던 적도 종종 있었다. 



노키즈존 카페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도 물론 소중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한 번 여행하고 말 그런 곳이 아니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혹은 색다른 테마로 여행하는 것도 참 재밌는 일이다 싶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할 때에는 더 많은 경험과 식견을 더하여 주고자, 일정을 야심 차게(?) 계획하기에 아이 위주의 스케줄을 짜고 먹거리와 잠자리도 무조건 아이 위주로 맞춰주는 편이다. 여행을 통해 추억이 될 무언가를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매한가지지 않을까? 그럴 때면 여행지의 경치나 맛있는 음식을 맘껏 즐기지 못하던 순간도 없지 않다. 그래도 아이에게 추억이라는 선물을 해주니 되었지 하며 다독이는 의미 있는 여행.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아이 없이 가는 여행이 주는 묘미는 달콤하긴 하다. 현실적으로 긴 시간 아이를 맡길 수는 없기에, 미리 타이트한 스케줄을 짜고, 가고 싶은 스폿이나 음식점은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에 즐겨찾기로 저장 후, 최소한의 짐으로 하는 여행. 아마도 그런 순간들이 같은 여행지를 더욱 색다르게 빛나게 하지 않을까? 놀기 천재 선구안을 가진 N에게 내가 다시 물었다. 노키즈존을 갈 때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은 나지 않았냐고. 그러자 N이 답한다.

당연히 아이들 생각나지. 엄마가 이렇게 좋은 곳에서 힐링하고 충전했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더 잘해줘야지 라는 생각.
그래서 더더욱 그 시간을 누리기로 선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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