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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ug 02. 2023

시골 읍내 한 바퀴

시골살이의 재미를 찾아보자_시골살이 일주일 프로젝트 2

지금 몇 시지?


밖이 소란스러워 눈이 떠졌다. 아이들도 어느새 하나둘 일어난다. 시계를 보니 겨우 새벽 6시.

산이 높아 이른 시간인데도 밖이 이렇게 밝은 걸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산 중턱에 걸쳐진 구름이 그 와중에 근사할 건 또 뭐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눕고 싶었지만 도시에서보다 일찍 이미 시작된 하루였다.


시골에서 하루종일 뭐 하지?


시골살이를 왔다고 해서 무작정 시간을 때우며 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다 같이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어른들이 식사준비를 할 때면 아이들은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 잠자리도 잡고 우리에 있는 칠면조와 염소 등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에는 각자 집에서 챙겨 온 문제집과 책을 꺼내어 잠깐이지만 공부 습관을 잡아보기도 했다. 함께 새로운 곳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은, 도시와는 사뭇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적응해 나갔다.


시골살이를 이미 경험해 온 친정 부모님도 오랜만의 산골마을을 즐기시는 듯했고, 내 동생도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인 '아이들과 잘 놀고 잘 살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단, 문제는 나다. 낯설고 불편하며 적막하기까지 한 덥고 고요한 이곳이 서서히 답답해져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여행 이틀차 제대로 놀지도 않았는데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마저 불쑥 올라왔다. 어디라도 가야겠다.

아침산책 루틴


읍내 구경을 가보자

 

운전대를 잡으니 진땀이 흐른다. 숙소까지 차로 들어오는 길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폭이라,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면 꼼짝없이 후진해서 비켜줘야 할 판이다. 수년 째 초보 운전자의 마인드로 살아가며 극히 운전하기를 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도전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답답함에 어디라도 가야겠으니 자동차를 몰 수밖에. 약 1킬로미터 이어지는 난이도 최상의 좁은 길을 빠져나오자, 드디어 잘 닦여진 도로가 나온다. 시골길이라 어쩌다 차 한두 대씩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차선이 그려진 포장되어 있는 도로가 있다는 것에 작은 감사를 했다.


읍내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때 강원도에서도 번화했던 평창읍이지만, 지금은 강릉이나 원주에 비해 사람이 많이 빠져나가서인지 한없이 작아 보였다.


커피러버인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커피 체인점 간판이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이끌리듯 그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그래 이거였지.' 너무도 당연한 모닝커피 한 모금이 이렇게 귀하고 달콤할 수 있다니. 고작 커피 한잔가지고 거창한 감상일지 모르나, 사람은 역시 갈급해봐야 소중함을 아는 존재인가 보다.


읍내 마트에도 도시처럼 있을 건 다 갖춰져 있었다. 종종 보이는 편의점도 반갑기만 했다. 내가 거주했던 옥천군의 읍내보다도 훨씬 작아서 둘러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5일장이 열리는 곳이라 장날에 맞춰 전통시장을 돌아보는 것을 기약했다.



우리를 보는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골 지역이 그렇듯 평창도 아이들이 귀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아이 네 명을 데리고 읍내를 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딜 가도 '아이들이 참 많고 예쁘네요' 류의 말을 듣기도 한다. 6세부터 9세까지 올망졸망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신나게 돌아다닌다. 읍내에서 아이들이 볼거리라고는 문방구 외출이나 빵집, 카페 등이 전부지만 그마저도 놀이로 삼는 아이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참, 읍내 복지센터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실내놀이터도 이용했는데, 직원이 아이들이 갑자기 많이 왔다며 무척 반겨줬던 기억이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하루종일 물놀이를 이어갔다. 집에서 가져온 튜브, 물놀이 공 등을 이용해 풀 안에서 해가지기 전까지 참 열심히도 논다. 아이들이 놀다 지치기라도 할 때면 어른들은 간식과 식사를 준비해 힘들지 않게 해주는 것을 물론이다. 아이들의 그 체력과 열정이 참 부럽기도 하다.




이제 슬슬 반경을 넓혀볼까?


어느덧 운전쫄보인 나도 약간의 자신감이 붙었다. 숙소에서 읍내까지는 그럭저럭 다닐만하게 되었으니 이제 좀 더 멀리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숙소에서의 시간도 재밌고 좋지만, 하루 한 번쯤은 리프레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우린 지금 즐거운 여름휴가 중이니까.


이제 어디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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