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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ug 01. 2023

아이들과 일주일간 시골에 살아볼까?

여름에 떠나는 촌캉스_시골살이 일주일 프로젝트 1

시골 일주일 살기 어때?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시작은 평범했다. 지난봄,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 여름방학에 대해 동생과 대화를 나누다, 무심코 나온 한마디였다.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던 것도, 시골살이를 동경해 왔던 것도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평생 도시에 살아오며 시티라이프를 즐기던 내가, 약 3년간 영유아기의 아이들 둘을 데리고 시골에서 살아본 내가 아니었던가. 물론 생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읍내의 쾌적한 아파트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북 <서울가족의 한시적 시골살이>를 참고하시길.


아이들과의 촌캉스, 어디로 가지?


해외 한달살이, 제주 한달살이 등이 트렌드다. 팬데믹이 꺾이면서 한집 걸러 한집은 해외여행을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6,7,8,9세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은 비용도 소요시간도 기간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편의시설이 잘 된 호텔에서의 하룻밤이나 길어야 2박 3일의 국내여행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에 진심인 친동생의 추진력 덕분에 어찌어찌 일주일살이 숙소를 예약하고 말았다. 그것도 극성수기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덤덤했던 나는 숙소예약금을 입금하고 나서야, 숙소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과 한우 정도로만 알고 있는 지역으로 강릉 가는 길에 스쳐지나간 것이 전부다. 진정한 해수욕, 등산, 서핑 등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은 강원도를 심히 애정하지만, 레저에도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는 그제야 평창이라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강원도 평창으로 떠나자


주일예배를 마치고 부랴부랴 서둘러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목적지로 향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일주일 살이 숙소가 있었다. 평창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은 휘닉스파크나 대관령, 봉평 쪽이 아니라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평창읍 근처다. 지도를 세심히 살펴보니 읍내 근처라 마음이 놓였다. 편의시설이 하나라도 더 있을 거란 안도감이 들었기에. 그러나 막상 도착한 숙소의 위치를 보고는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읍내와 숙소와의 거리보다 접근성이 더 중요한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아... 이곳에서 아이들과 일주일을?


숙소는 말 그대로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굽이굽이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포장이 안된 자갈길을 지나서 나오는 나무간판. 너무 인터넷만 의지했나 싶은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채운다. 쾌적한 도심 속 호텔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일주일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앞섰다. 하긴, 반대로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촌캉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강한 확신이 들었다.


아 그렇다고 숙소가 지저분하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불편함과 답답함이 느껴질 그런 정도다. 숙소에 커피머신이나 아메리카노가 없이 노란색 맥심커피믹스만 있는 것을 보고는 '모닝커피는 어디서 먹지?'라는 꽤나 도시스러운 자문이 들었다. 딱 그 정도였다.

짐을 풀고 나니 어스름이 깔리며 첩첩산중 사이로 구름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았다. 살면서 이런 풍경을 몇 번이나 볼 일이 있을 만큼 경탄할만한 저녁의 모습이다. 미리 준비해 온 바베큐를 숯불에 구워 먹는 저녁식사를 해본다. 그래 일단 먹고 생각하자. 우린 지금 이 여름을 즐기러 산속으로 자진해서 들어온 거니까. 나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모르는 채 아이들은 그저 밝게 웃으며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한다.


우리의 첩첩산중 일주일 시골살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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