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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08. 2023

어른이 되어 고향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옥천에 가곤 합니다

떠나요, 옥천으로


어느덧 계절의 여왕이 돌아왔다. 집 밖으로만 나가도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 끝이 기분 좋게 따사롭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온에 한낮엔 햇볕마저 찬란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이런 날씨에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래서 어김없이 또 옥천에 다녀왔다. 향수의 고장, 충북 옥천.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몇 년 전 온 가족이 약 3년간 머물렀던 곳인데, 그 머무름 이상의 의미가 생겨 버렸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브런치북 <서울가족의 한시적 시골살이>를 참고하시길.


이런 시골 뷰를 꿈꿨다면

1년에 두 번은 옥천에 갑니다


서울에서 기차로 두 시간 남짓을 달려와 옥천역에 내리니, 별안간 시야가 편해진다. 아담한 건물들 사이로 푸르른 산이 지척에 보인다. 강원도 산처럼 험한 느낌은 아니지만 제법 높고 깊은 옥천 산들의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마치 시골 고향집에 온 느낌이랄까? 시골생활 생활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시골 고향집을 가진 이들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짐작만 해본다.


계절이 좋은 4월과 10월을 포함해 매년 적어도 2번은 방문하는 옥천이다. 서울에 비하면 굉장히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지만 올 때마다 카페나 멋진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는 것을 목격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비교적 번화한 옥천읍에만 방문해서 아쉽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니 아쉬움을 접어두기로 한다.



시골 숙소가 고민이라고요?


여행을 떠나면 어디든 숙박이 관건이다. 옥천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텔 등 숙박시설이 많은 동네도 전혀 아니니, 나에게도 문제였다. 그러나 옥천군에서 관광객유치에 발 벗고 나서며 만든 훌륭한 대안이 있었으니 바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등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한옥스테이까지 즐길 수 있다. (옥천에서의 한옥 스테이에 대한 더 자세한 기록은 '한옥 스테이, 뭐가 좋아요?'를 참고하시길)


옥천 정지용 생가 부근 잔디마당


한옥 스테이긴 하지만, 전통한옥의 외관과 장점은 살리면서 방의 구조는 굉장히 모던하다. 에어컨, 보일러는 물론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호텔방에서 갖출 수 있는 구성을 다 갖고 있다. 게다가 군에서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하고 있는 구읍에 위치해서인지 멋들어진 카페도 즐비하다.  적당히 시골스럽고 언제든 갓 내린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멀지 않은 그런 공간. 혹자는 진정한 시골체험이 아니지 않나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서울촌놈인 내게 이 정도 수준의 시골체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결국 사람이 남더라


그곳에서 지내던 짧은 시간 동안의 좋은 기억 덕분에, 옥천은 나의 제2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다. 산도들도 멋진 풍경도 모두 기억에 남지만, 가장 나를 포근하게 했던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장소에 대한 좋은 기억은 얼마나 풍경이 멋진 곳인가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어울려 살았나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소박하지만 성실히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목격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내가 더욱 이곳을 애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일정 때문에 갈 때마다 일일이 다 인사드리긴 어렵지만 언제든 연락하면 반갑게 맞아주는 인심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나의 잦은 옥천행이 더 의미 있어진다.


짧지만 알찬 1박 2일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 고향에 다녀오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추억 한 페이지를 차곡차곡 곱씹으며 6개월 후를 기약해 본다. 가을에는 꼭 그동안 못 뵈었던 마음 따뜻한 이들을 찾아가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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