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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26. 2023

<부산촌놈 in 시드니>를 통해 다시 만난 나의 시드니

새롭게 보는 호주 시드니

엇? 저기는 꼭 시드니 Market Street 같은데... 맞네 맞아.


TV익숙한 거리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잠시 넋을 잃었다. 부리나케 화면 상단에 나온 프로그램 제목을 보니 <부산촌놈 in 시드니>. 호주 시드니다.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곳!


20대 중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 시드니로 유학을 가서 약 2년간 지냈다.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이렇게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보겠어?'라는 일념 하나로, 유학을 마음먹은 지 4개월 만에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던 기억이다. 지금 돌아보니, 그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다. 더 자세한 나의 호주 유학 이야기는 '호주 유학 첫날, 시드니에서'를 참고하시길



무려 '해외 워킹 홀리데이'를 다루는 콘텐츠라니!


앤데믹을 선언함과 동시에 해외 관련 TV 콘텐츠들이 봇물이다. 다시 돌아온 <뭉쳐야 뜬다 리턴즈>는 볼거리 가득한 스페인의 매력을 담아냈고 백종원 대표는 <장사천재 백사장>을 통해 모로코와 이탈리아에서 한식 장사에 도전했다. 이국적인 해외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도 좋지만 마치 현지인처럼, 그것도 일을 하며 영어도 배우며 여행도 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를 담아내는 콘텐츠라니 감히 상상을 못 했다.


여기에 더하여, '부산 촌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부산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부산출신 연예인 4인이 시드니에 뚝 떨어져서 각자 선택한 일을 하며 노동을 하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출연자 4인이 국제도시 시드니에서 나누는 대화는 구수한 사투리에 쌓여 정겹기 그지없다.  미리 짜인 각본이나 현지 투어가 아니라, 출연자들이 실제 노동현장에 투입되며 적응하고 일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며 성장해 가는 느낌이다.



호주에서 워홀러들은?


워킹 홀리데이라!

1년간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돈을 벌고 그곳의 언어도 배우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청년들을 위한 기막힌 제도다. 나의 경우, 학교 적응과 과제에 치여 현지에서 일할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호주 시드니는 '워홀러(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들을 이르는 말)들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부산촌놈은 '극현실주의'적 면이 강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부터 현지에서 은행에서 계좌를 신청하고 휴대폰을 개통하고 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준다. 본인들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른 채, 시드니에서 이동하는 출연자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다.


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청소, 농장일 등 극한의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들은 시급이 꽤 높아서 1년간 임금을 잘 모아서 한국에서 꽤 비싼차를 샀던 친구도 있었다. 시급이 높기로 유명한 시드니 인근 농장만 골라서 일하던 또 다른 지인 있었다. 1년 후 세컨드 비자까지 받은 후엔 농장일에 더 숙련이 되어서 워홀러 사이에서 '농부'란 별명을 얻었다 했다. 우스갯소리로 딸기농장에서 일을 잘하면 '딸신', 어떤 농장에서건 일을 잘하면 '농신'이라고 부르며, 그 이상 단계는 그냥 '농부'란다. 참고로 '청소'일은 한국인들이 일을 잘하고 깔끔하기로 소문이 나서 성실하기만 하면 꽤 괜찮은 벌이를 할 수 있다고도 들었다.


쇼에 나오는 카페 아르바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괜찮은 일자리다. 우리나라보다 시급도 높고 주문을 받으며 영어로 계속해서 소통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일단 영어가 일정 수준이 되어야 채용이 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은근히 있는 편이다. tv속 허성태 배우가 일하며 만드는 skimmed latte, flat white 등 호주카페의 전형적 메뉴가 나오니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호주만의 특색 있는 커피 문화도 실제적으로 보여주다니. 이 프로그램, 현지 느낌 제대로 담아냈다. (호주의 독특한 커피문화에 대해서는 '호주에서 스타벅스 찾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를 참고하시길)


 출처: tvn


잠시 잊고 있었던 시드니 라이프


허성태 배우가 일하는 카페가 오후 3시면 카페문을 닫는 것을 보고, '맞다, 그게 호주 라이프였지!'라며 무릎을 쳤다. 내가 시드니에 살면서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은 삶을 대하는 그들만의 여유로운 자세였다. 온화한 기후 탓인지 몰라도 늘 웃음기 있는 여유로운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밤 시간은 가족과 함께라는 인식이 있어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들은 오후 5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비록 TV 프로그램 속 열흘간의 워킹홀리데이 여정이지만, 나의 시드니를 반추하며 그리워할 조건은 차고 넘친다. 일과 노동 그리고 잠깐의 여유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로망. 아마 제작진이 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의 차별화된 재미가 아닐까? 아직 반 정도의 에피소드가 더 남아있으니 이후에 풀어갈 TV속 시드니 라이프와 호주의 낭만이 기대되기도 하다.


남반구에 위치해 곧 겨울이 다가오는 시드니. 한 겨울에도 오후엔 따스한 햇살을 자랑하는 시드니의 날씨와 여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향긋한 로컬 카페가 아직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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