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Aug 22. 2023

아이의 개학날은 엄마의 방학 시작일까?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엄마입니다

드디어 학교 가는구나?


평소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하루, 요거트와 신선한 과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아이에게 물었다. 들뜬(?) 목소리의 나와는 달리 아이는 다소 시무룩하다. 아마 여름방학이 끝나는 게 아쉬움과 동시에 새 학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막상 학교에 가면 반가운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 잘 적응하겠지만, 시작하기 전엔 그 낯섦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엄마로서 노파심에 아이가 미리 챙겨놓은 학교 가방을 살피며 준비물 목록을 확인해 본다.


개학 며칠 전부터 여름방학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둥, 학교에 가기 싫다는 둥 우리 집 초등학교 2학년 아이는 소위 '개학 증후군'에 시달렸다. 참고로 개학 증후군을 영어로는 'back-to-school blues'라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는 증상인가 보다.


여름방학의 기억으로


생각정리를 할 겸, 한 달이라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스케줄러 앱을 다시 확인해 본다. 매일 삼 시 몇 끼(?)에 간식을 차려내고 혹은 사주고, 강원도로 시골살이도 다녀오고, 한여름 무더위 속 물놀이도 여러 번 했더랬다. 너무 더운 날엔 동네 어린이도서관에 피서를 가기도 했고, 시원한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별것 아닌 일로 아이와 하하 호호 웃던 소소한 날들도 있다. 까맣게 그을린 온 가족의 피부를 보니 그래도 이만하면 건강하고 즐겁게 여름을 잘 지냈다. 이런 크고 작은 기억이 아이들의 일상에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골살이에 대한 내용은 '아이들과 일주일간 시골에 살아볼까?'를 참고하시길)



아이가 개학해야 엄마의 방학이 시작된다?


'아이가 개학해야 엄마의 방학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듣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아마 모든 양육자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방학 동안 엄마로서 수고한 보상심리에서인지 개학날 아침, 아이들 등교 직후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가졌다. 실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른 시간의 여유였다. 이토록 천천히 커피맛을 음미하며 거기에 더해 샌드위치까지 즐길 수 있는 이 아침이 낯설기까지 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조차도 별 문제되지 않은 것을 기분 탓일까?


카페에서의 시간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집에 고요하게(?) 있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감사했다. 방학이 끝난 아침의 집안 풍경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난리다. 여기저기 어질러진 책과 장난감, 쌓여있는 빨래, 청소가 필요한 거실, 아침 식사 후 쌓여있는 설거지. 전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집안일들이지만 급할 것 없이 차근차근 집안일을 시작해 본다. 좋아하는 클래식을 마음껏 크게 들으면서 말이다.



아이들 개학, 그리고 엄마의 시작


아이들 학기 중 시간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제 나의 스케줄도 확인해 본다. 여름방학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약속과 개학 후로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내가 이렇게 공사다망한 사람이었나 피식 웃음이 난다. 적어도 나에겐 아이들의 개학이 나의 방학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아이들 케어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외의 시간에 만남도 운동도 일도 하려니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겠더라. 시간관리도 돈관리도 체력관리도 집안일관리도 식단관리도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엄마의 현실이지만, 이번 학기부터 불필요한 일들을 제하며 더욱 지혜롭게 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그러다 가끔씩은 엄마의 방학까진 아니어도 선물같이 여유로운 한때의 보상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의 적성과 재능을 재발견하는 행복한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