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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Nov 18. 2021

시골 육아는 뭐가 다를까?

시골에서 아이 키우기

진짜로 남편 따라 시골 가려고?
거기서 애들은 어떻게 키우려고?


시골로 이사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친구 C와 전화통화. 남편을 따라 연고 없는 낯선 곳으로 두 아이와 이사를 한다고 하니, C는 나더러 의외라며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며 친정의 물심양면 육아지원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어쩌면 당연한 친구의 반응이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다.


남들은 '제주도 1년 살기', '시골 한 달 살기' 등의 타이틀을 붙여가며 일부러 시골살이를 하러 가기도 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생각과,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뛰어놀며 산과 들을 자주 마주할 아이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니까. 계속 시골에 살 것도 아니고 2년 반이라는 제한적 기간이 위안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 인생의 결정 중 많은 부분이 그때의 나처럼 환상에 홀려 멋모르고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누렸던 시골살이

시골 육아는 뭐가 다를까?


- 시골은 아이들이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뛰놀 수 있는 곳?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아이들과 시골 살기를 택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옥천읍에 살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주 가까이에서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서울이었다면 차로 한 시간 반은 족히 달려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을 이곳에서는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누릴 수도 있었으니까. 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에 가려 하늘 한번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서울과는 달리, 띄엄띄엄 위치한 낮은 건물 덕분에 하늘과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단지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시골스러운 환경을 더 많이 접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좀 더 자연을 벗 삼아 놀고 느낄 수 있는 환경에 아이들을 노출시켰어야 했다. 자연을 보기만 하고 예쁜 자연 속에 있는 카페만 많이 갔던 것 같다. 순전히 내 취향. 게다가 워낙 깔끔 병이 있고 벌레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옷이나 신발이 더럽혀지는 꼴을 잘 보질 못했다. 신기한 건 가르치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나를 닮았더라.


아무튼 자연 속에서의 캠핑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뛰놀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원한다면 시골살이만큼 최적인 환경이 또 있을까. 장난감이 없어도, 휴대폰 영상이 없어도 아이들은 창의적인 놀이를 만들며 놀았다. 밖에서 놀며 심심할수록 놀이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직접 목격했다. 부모의 불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자연에서의 그 순간을 누리고 즐기는 동안 아이들의 기억 한구석에 좋은 정서로 남아 있을 테니까.



- 시골에서 사교육 시키기는 어렵다?

본격적으로 교육을 논하긴 어렸던 나이의 아이들을 시골에서 길렀다. 그래서 당시 사교육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기껏해야 주말에 대전에 있는 대형마트 문화센터 수업을 가본 정도였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니 시골이라고 해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딜 가나 극성(?)스러운 부모들은 있는 법이니까. 읍에 초등학교 세 곳이 있었는데 학군은 A학교가 가장 좋고 엄마들도 세다고 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시골에도 학군을 따지고 치맛바람이 있고, 어딜 가나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시골이라고 사교육을 안 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어 피아노 태권도 무용 등의 학원과 교습소가 읍내 곳곳에 있었고 하교시간이 되면 노란색 학원 차량이 도로에 가득했던 모습은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도시와 다른 점을 찾자면, 시골은 작은 곳이라 나쁜 말도 소문도 굉장히 빨리 돌았고 때로는 부풀려졌다. 맘카페 등에 학원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날까 봐 학원 원장인 지인은 늘 전전긍긍했었다. 유별난 일부 학부모의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봐야 하기도 했다. 이야 물론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사돈의 팔촌은 되는 작은 시골의 불편한 점이기도 하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원하는 부모들은 아이들 학원을 대전까지 보내기도 했다. 직접 운전까지 해서 말이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순전히 아이들 교육 때문에 대전이나 세종 등의 도시로 아예 이사를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참, 시골에서 육아하기 좋은 점 한 가지는 군에서 주민 복지 차원으로 도서관 등지에서 저렴한 가격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 미술, 독서 등 다양한 수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학습의 강도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약할 수 있으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지 탐색하는 단계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상당 부분 지원되고 있는 점이 좋았다.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던 우리 아이들도 동화책 수업, 미술 수업 등을 체험하기도 했다.




육아에 관한 신념과 철학은 개인의 가치관 문제 이므로 여기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겠다. 도시 육아, 시골 육아를 나누는 것도 어쩌면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골에서 아이들과 일정 기간 살아볼 계획이 있다면 시골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을 누리며 육아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도시 수준의 교육환경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굉장한 자연을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나도 자연 속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아이들에겐 최고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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