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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안녕 Jun 14. 2023

괜찮은 삶 속, 괜찮지 않던 너에게 #2

너무 좋은데..그런데 나 왜 숨이 쉬어지지 않지 ?

 2013년 첫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나며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육휴 이후 퇴사 처리를 하며 안도감과 불안이 항상 함께 했었다. 그렇게 아이와 뜨거운 시간들을 보내며 18개월이 되던 어느날, 일을 제안받았다.

한달에 1주 정도씩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하고, 한달에 두번을 해도 되고 (2주) 한번을 해도 된다며 안심을 주었다.

프리랜서 라는 오묘한 단어의 힘에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 두돌밖에 안된 아이는, " 깜깜해지는데 엄마가 올까요?" 라고 하는 말을 하며 

아침에 유모차에 누워진 채로 들어가, 깜깜한 밤에 나를 만났다.

강의가 끝난 후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울고, 네가 받아주지 않으면 누가 받아주나며 나의 감정을 남편에게 다 쏟아냈고,

후회할것 같으면서도 멈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그 무렵, 나라에서 취업률을 높히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쳤는데 그 중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자리가 생겨났다.

바로 '시간 선택제 ' 

9시부터 1시까지만 일하면 된단다. 일과 육아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본디 두가지 토끼의 인생을 갈망하던 나는 고민없이 덜컥 그 기회를 잡았다.

9시면 넉넉하지 싶었지만, 그 당시 남편이 해외로 1년 연수를 나가게 되어 혼자 등원 후 출근을 감행하게 된다. 그래도 괜찮았다. 신호등에게 소리지르고 핸들을 쳤지만, 아이는 그것을 다 봤지만 괜찮았다. 좋은 일자리니까.나름 동기들도 생기고, 퇴근 후 회사에서 밥도 5첩반상으로 주지 않는가. 너무 맛있고 행복한데, 숨이 잘 안쉬어 진다. 좋은 회사에, 좋은 자리로. 회사라고 차려 입고 구두를 신고 나가서, 커피도 마시고 좋다. 그런데, 숨이 안쉬어진다. 

나는 분명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조건의 회사에 , 꼬박 꼬박 돈 벌어오는 남편에, 아들 딸 하나씩 , 그리고 깨끗한 집까지. 그런데 왜 나 숨이 쉬어지지 않지?




2017.18년 내가 쓴 블로그 일기 글들을 보면서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슬픔이었으며,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고자 커피와 맥주를 보약이라 칭하며 마시고 운동으로 풀어보려 애써왔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줄 알았다. 모두가 SNS 속 사진은 진실이 아니라, 겉으로만 그렇게 좋아하고 다 속으로 힘들게 사는 줄 알았다. 그래야 했다. 내가 배웠던 세상은 겉으로만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가방을 들고 웃으며 사는 게 맞는 거라고. 누군가는 내게 그랬다. “너 너무 평온한 일상이어서 그런 거 아니야?” 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삶이어야 했다.



 괜찮은 삶 속 정말로 괜찮지 않았던 나는, 그 삶 한가운데에서 ‘살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섰다. 어느날 우연히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7살과 5살 소위말해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조금 지난 아이들 엄마가 '남들이 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상태였는데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내 이야기 같아 관심을 두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들어가다 보니 내가 성인 adhd라는 진단까지 내리게 된다. 병원을 가야하는 걸까 하다 한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담소를 찾았다. 

처음 갔을 때 나의 화두는, "일을 제대로 하고싶은데, 엄마로써 자신은 없습니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고, 하지만 나의 일을 찾고싶고 그렇다고 육아도 잘 하고싶어요." 였다. 어쩌란건지. 시작은 그러했지만 나는 ‘우붓’이라 칭했던 그 안전하고 따뜻한 장소를 1년 동안 가며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나를 하나씩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여러번 이상한 종이를 내미셨다. 약간 종교 전단지 같이 생긴 작은 카드였다. 

'비폭력대화'

"이게 뭐죠?"

" 안녕님,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제가 안녕님과 상담을 하면서, 안녕님이 이 강의를 하시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그 카드를 여러번 받아들었고 

해가 지나갈 때 즈음에서야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단순한 대화법이 아니었다. 수업도 생각보다 별로였고. 아 이 길은 아니겠거니 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또 한번 열쇠를 쥐어준다. 

"코로나로 인해 줌 수업이 열렸어요. 추천해드린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이라 안녕님이 꼭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

그렇게 비폭력대화와 나는 인연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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