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살아난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사실 인생이 힘든 사람들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간간이 보이는 우스갯소리다. 직장생활, 육아 등으로 인생이 힘든 사람은 오히려 운동이 덜 힘들어서 즐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니 나도 둘째 아이를 낳고 100일 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밤마다 울어서 잠이 늘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운동이 처음부터 쉽고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엔 집 앞을 뛰었지만, 이내 날이 더워지고 비가 내리면서 의지가 꺾였다. 이렇게 결심이 약해질 땐 강제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는 게 효과적인 법이다. 모아둔 돈을 들고 집 앞의 헬스장을 찾아가서 PT 수업을 등록했다.
담당 강사님은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출산 직후의 몸을 고려해 여러 프로그램을 구성해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식단을 강조하지 않았고 빵보다는 밥, 간식보다는 계란을 먹으라고 독려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수강생의 몸 상태를 가족보다 더 자주 물어봐주었다는 점이다.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나 역시 내 몸에 집중해야 했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육아만 하다가,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
이내 건강한 선순환이 시작됐다. 이를테면 나를 위해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니 좀 더 강인한 체력을 얻게 되어서 다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식이었다. 이 변화가 좋았으므로 수업이 없는 날도 자발적으로 헬스장에 나가 무게를 들기 시작했다. 그건 새로 알게 된 행복을 잇는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그때는 근육통이 없으면 불안할 지경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몸 상태이기도 했다.
역시 고통은 고통으로 잊는 것일까....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사람을 강인하게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생활에 은은하게 깔려있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꼭 근육을 과하게 긴장시킬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가 얼마나 강인한지, 또 강인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있는 힘껏 무게를 올리다 보면 자주 거친 호흡을 진정시켜야 했는데, 이때 쌓인 노하우가 육아와 집안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도움이 되었다. 호흡이 가빠지는 비상사태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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