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드리는 '뉴스 궁금증'
방송국, 특히 보도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꽤 많이 듣는 질문들이 있다. 우선, '방송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묻는 유형. 보통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방송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을 가진 경우다.
사실 '어떻게' 라는 표현도 아주 많은 뜻이 담긴 거라서, 나 역시 막연하게 대략적인 답을 한다. 기자들은 뉴스를 어떻게 만들고, 아이템은 어떻게 찾고, 나는 여기서 어떤 일을 하는지 등 - 이런 이야기들을 짧게 설명드리면 대부분 '아~' 하면서 한마디 붙이신다. "굉장히 고생하시네요." 정해진 레퍼토리에 맞게 답도 정해져있다. "아휴, 고생은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자주 듣는 질문은 '이 내용이 제보할 만한 것일까요'다. 보통 뭔가 억울한 상황이 있거나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건 분들인데, '방송국에서 보기에도 이거 억울한 거 맞냐'고 확인하시는 거다.
일단 나는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제보에 대해 거의 판단하지 않고 전부 듣는다. 그리고 그 아이템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이후는 기자가 알아서 판단해서, 취재 여부를 결정한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이래저래 일을 하다가 결과를 제보자에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4년 가량 제보전화를 받다보니 '기자가 알아서' 라는 말이 무정하게 들리고, 너무 불친절 하다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대략적으로라도 제보가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뉴스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함께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려 한다.
뭔가를 제보하려고 하는데 망설여지는 분들이나, 기타 방송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지역 방송사 보도국에 근무하는 리포터의 입장에서 썼다.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1. 방송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언론사마다, 또 매체 성격에 따라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겠지만 내가 있는 방송사에선 아침 시간에 모든 기자들이 모여 짧은 회의를 한다. 저녁 뉴스와 다음날 아침 뉴스를 어떻게 구성할 지 아이템 회의를 하는 것이다.
아이템으로 올라오는 것들은 크게 4가지 루트로 기자에게 들어온 정보들이다. 1) 출입처가 발행한 보도자료, 2) 시청자들의 제보 3) 연합뉴스 등 통신사와 타 언론매체의 기사 4) 기자가 개인적으로 발굴한 내용.
회의에서는 정보들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뤄진다. 그러니까, '이 내용을 언제 보도하는 게 좋을지', '보도를 했을 경우 예상되는 파장, 영향력은 무엇인지', '아이템에 얽힌 이해관계는 어떤 건지', '인터뷰이 확보 등 TV 방송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 등등이다. 보통 아이템을 발제한 기자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지만, 여러 기자들의 의견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기사화가 정해진다.
각 기자들은 기사화 하기로 한 내용을 가지고 인터뷰이와 약속도 잡고 취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저녁 5-6시쯤 사무실에서 최종 기사를 쓴다. 영상기자는 하루 종일 촬영해온 영상들을 편집하고, 기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골라낸 기사를 녹음해 영상과 함께 입힌다. 1분 30초 내외의 방송 기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2. 소구력 높은 제보를 하려면
이런 흐름에서 '제보예정자'는, 본인의 제보 내용이 어떻게 하면 기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보 내용은 공익적인 흐름에 맞아야 한다. 즉, 아침*저녁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될 만한 사안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거나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직후라면 기사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과 개인이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사안 등 개인적인 일들은 기사화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방송뉴스는 이 사안을 TV영상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 된다. 기사화가 되기로 결정하면 기자들은 제보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다. 기사의 사실성을 뒷받침해주는 뚜렷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보자 입장에서는 그게 부담일 수도 있다. 제보자 본인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고, 불안하기 때문일것이다.
물론 기자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 제보를 포기하는 것도 제보자의 권리이다. 하지만 음성변조, 화면변조, 대역 등 제보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보호받고 싶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방법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보를 하는 시간대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제보를 하는 데 적정한 시간이란 없다. 하지만 전화로 해당 내용을 먼저 간략히 전하고, 기자와 약속을 잡는 것이 제보를 기사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보통 기자들은 하루종일 밖에서 취재하거나, 출입처에 있기 때문에 사무실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제보를 하기 위해 다짜고짜 방송사에 오셔도 기자를 못 볼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말이다. 또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는 뉴스 마감시간이다. 그 때에는 다들 바빠서 제보자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3. 마무리
사실 글을 쓰면서 내내 송구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제보자의 말을 소중히 여기고, 제보자의 의견과 상황을 우선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도 아닌 내가, '언제 어떻게 제보를 하면 기사화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니.... 무척 조심스럽다.
다만 그저 이 글이, '언론을 통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자신감있게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이 되면 좋겠다.
확실한 건, 기자들을 포함해 방송국에서 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불만을 갖고 목소리 내는 사람들의 증언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들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