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벚꽃 피네
(펜션 사계)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 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헐벗었던 숲이 파릇파릇한 연둣빛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숲의 모습이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고로쇠수액 작업을 하곤 했다. 고로쇠나무는 얼핏 보면 단풍나무로 착각하기 쉽다. 고로쇠나무를 몇 개 잘 찾아 줄기에 상처를 내고 파이프를 잘 꽂아 놓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면 수액이 찬다. 바로 받은 고로쇠물은 그다지 달지는 않다. 달진 않지만 청량한 맛이 일품이라 그때의 고로쇠물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냉장고에 넣어놓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달달해지면서 일반적으로 아는 그 맛이 된다. 그렇게 받은 고로쇠물을 부모님께 보내드리면 냉동실에 얼려놓고 한동안은 밥 할 때 물대신 넣어서 밥을 하면 그렇게 밥맛이 좋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시기가 맞아 운이 좋은 손님들과도 나눠 마시며 음료대신 숲이 준 선물을 만끽하곤 했다.


봄이면 두릅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뒷산(이라기엔 해발 652m의 이름도 있는 꽤 멀쩡한 산이다!)을 운동삼아 슬슬 올라가다 보면 이쪽저쪽 두릅나무가 잔뜩이다. 겨울 동안 뿌리에 저장된 영양분이 가지 끝에 새순으로 맺힌 그 어린 순을 똑똑 따서 데쳐먹고 튀겨먹고, 파스타에도 넣어 먹으면 건강에도 좋지만 두릅 특유의 씁쓸한 맛에 자꾸 먹게 되었다.


달래며 쑥도 있다. 식탁의 주연은 아니더라도 먹을게 마땅찮을 때 숲에서 갓 캐서 요리한 쑥국에 달래장이면 없던 입맛도 돌아오기 모자람이 없었다. 거기에 텃밭에 올라오기 시작한 여리여리한 채소들이 있으니 한 움큼씩 따서 무치고 싸서 먹으면 고기반찬에 젓가락이 안 갔다.


봄에는 산골짜기 진입로를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개나리, 철쭉, 온갖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자두나무와 살구나무, 복숭아나무의 꽃도 빼놓을 수 없다. 늦봄이면 뽕나무에 오디도 잔뜩 열려 손끝과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도록 오디열매를 따먹곤 했다. 손님들한테 나눠주고도 다 먹기 어려울 만큼 많이 열려 얼려놓았다가 조금씩 녹여 요구르트에 넣어 먹기도 했다.




이렇게 향기롭고 맛있는 봄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바쁜 여름이 성큼 다가오곤 했다.


지금도 봄이 오면 여리고 향긋했던 산골짜기의 봄이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그리움을 담아 기억해 다.






수요일 연재
이전 16화펜션집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