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힘들지

매일 글쓰기

by 은결

글쓰기 수업에서 내준 과제가 있었다. 강압이 담겨 있지 않은 숙제였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나는 되도록이면 '평가당하는'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이번 숙제도 패스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글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이겼다.


퇴고하지 않은 날 것의 글을 보냈다. 그 글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글을 계속 쓰느냐 아니냐에 영향을 받을 것만 같았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 조금 더 신경 써서 적은 글을 보내야 했나? 내가 보낸 글은 무얼 말하려고 한 거지? 하는 자기 검열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마음은 점점 편해졌다. 처음 줌으로 수업할 때 마음을 내려놓고 내 얼굴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자신 없는 글을 세상에 보였으니(내가 밑바닥인걸 다 드러내 보였으니) 더 이상 부끄러울 게 없다는 심정? 이제 여기선 조금 더 자유로워지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화면에 담긴 내 얼굴이 못생겨 보이는 날도, 좀 예뻐 보이는 날도 다 나의 얼굴이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좀 부족해보는 글도, 이 정도면 괜찮은데 라고 생각되는 글도 모두 내 글이었다. 나는 이제 나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도서관의 가벼운 수업이라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비판보다는 칭찬을 조금 더 많이 해주셨다. 글에 단단함이 느껴지고, 논리적으로 구체적이게 작성된 글이라고. 그리고 말미에 조금 더 발랄한 스토리가 있는 글을 한번 써보라고 권해주셨다.


이번엔 한 주동안 고민을 해서 한번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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