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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16. 2021

따스한 오후 일상

매일 글쓰기

학교에서 분명히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간식을 찾는다. 내가 밥을 먹고 있으면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허락된 한 시간의 게임 시간을 알차게 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시간이다.


게임 시간이 끝나면 아이는 밖으로 나간다. 나도 아이의 필수품이 되어 끌려나간다. 학교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줄넘기를 하고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그것은 아이에게 꼭 해야 하는 일로 자리 잡았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바엔 운동 숙제나 끝내자는 심산인 듯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우리 동 옆에는 놀이터가 있긴 한데 미끄럼틀과 그네를 철거하고 빈 공간을 만들어 옆에 운동기구를 놓고 철봉과 흔들의자만 갖다 놓았다. 거기서 아이는 신나게 줄넘기를 하고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허리를 돌리고 자전거 타는 운동을 한다. 그리고 나자 지루해졌는지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가 원하는 곳까지 씽씽 달렸다. 아이가 뭔가를 하자고 할 때 마지못해 하긴 하지만, 어쨌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나는 착한 엄마라 자부하며!


오후의 시간을 그렇게 아이에게 맞춰주고 아이를 태권도에 보낸 뒤 커피를 진하게 내려 책상에 앉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자유시간도 끝이 나고, 저녁밥을 준비해야 할 터였다.


지금의 이런 일상이 행복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아이가 원하는 걸 해 줄 수 있고 틈틈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일상. 이런 휴식기를 선물해 준 신랑에게 고맙다. 최근 일이 많아 피곤해하는 신랑을 위해 이제 정성스레 밥을 준비해야겠다. 잔잔한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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