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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21. 2021

화내지 말고, 심호흡 한번 하고.

매일 글쓰기

속으로 '아니 어떻게 이걸 모르냐고!!!!!?'라는 말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다가 결국 소리치고 말았다. 둘째는 수에 약한 아이였다는 것을 이제야 절절이 깨닫고 있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없어도 대학 수학까지 무리 없이 해 나가는 공대생이었던 나는 아이가 덧셈 뺄셈의 수준을 이해 못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째가 수에 빠른 아이여서 더 그랬다.


이제 두 자릿수 덧셈 뺄셈을 하고 있는 아이는 수학익힘책에 나와 있는 문제를 혼자서 풀지 못해 숙제로 해가야 한다고 가져왔다. 더하기 식을 뺄셈 식으로, 뺄셈 식을 더하기 식으로 바꾸는 문제였다. 연산도 좀 느린 편이지만 연산이 느린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는 그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매번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생각해보지도 않고 모르겠다고 물어보는 아이였다.


문제를 똑바로 먼저 읽으라고 얘길 하고 처음 문제는 푸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그다음 문제도 똑같은 방식이었는데 아이는 또 머뭇거리고 있다. 한 손에는 옆에 있던 퉁퉁 볼을 튕기며. 화가 슬슬 치밀어 오르고 말이 이쁘게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매번 오냐오냐 하며 자신을 귀여워하는 걸 아는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떼를 부릴 때가 종종 있다. 수학 문제집 한 장을 푸는데도 세월아 네월아 하던 아이였다. 그 불성실하던 태도가 불만이었는데 그것까지 합쳐져 오늘 나의 화는 절정에 달했다.


아이를 눈물이 쏙 나도록 야단쳤다. 금방 풀었던 문제와 똑같은 문제인데 어떻게 또 모를 수가 있냐고, 제대로 집중을 안 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아이는 꾹 참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봤다. 아이는 끝까지 문제를 풀었고, 이제 이해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집중하지 않아서 생각했다. 아니면 같은 유형의 문제를 한번 설명을 해줬는데도 모를 수가 없지 않은가? 아이에게 이젠 딱 잘라 이야기했다. 이해를 할 때까지 매일 한 시간씩 수학 공부를 할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잘하겠지, 생각하며 하기 싫다고 하면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단호하게 모르는 걸 알게 하지 안 않으면 기본부터 흔들려 나중에 수포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니까. 나는 이제 엄마로서 내 아이가 기본을 쌓는 걸 도와줘야 한다. 심화 개념을 하는 게 아니잖아? 기본이라고 기본!!


아. 내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 감정 컨트롤이 진심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일은 화내지 말고. 잘해봐야지.



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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