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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28. 2021

아이의 하루와 나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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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울리는 알람 소리에 아이가 잠에서 깼다. 어제 만화를 만드는 어플에서 무언가를 만들다가 빨라 자자는 내 성화에 못 이겨 아쉬워하며 잠든 아이였다. 아이는 그 시간에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배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했다. 아이들의 몸부림에 잠을 설친 터라 7시까지만 자자고 애원했다. 엄마를 더 깨워봤자 좋을 것이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아이는 문을 닫고 나갔다.


6시 50분 알람 소리와 동시에 나를 부르는 아이 소리가 들렸다. 배고파 죽겠다고 하더니 계란 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좀비처럼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계란을 두 개 탁 깨뜨려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식은 밥을 떠 그릇에 담았다. 하나는 노른자를 익히지 않게 굽고 하나는 스크램블을 했다. 알맞게 익혀진 스크램블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익지 않은 노른자가 있는 계란을 덮었다. 완전히 익지 않은 미끌미끌한 질감의 계란 위에 간장 한 숟갈, 참기름 한 숟갈을 넣고 비볐다. 아이는 그 밥을 맛있게도 먹었다.


아침에 공복으로 먹어야 하는 약을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고 책을 들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는 어제 보다 말았던 영화를 마저 보았다. 나에게 해도 되냐고 묻지도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듯했다.


일찍 일어나지 않는 날에 아이는, 일어나서 준비하고 간단하게 무얼 먹고 학교에 간다. 학교 다녀와서는 친구와 놀다가 태권도 갔다 오면 밥 먹고 학습지를 한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하루 중 한 번이라도 자기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아이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런 환상을 아이에게 덧씌우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게 그런 걸 바라는 순간 그러지 않는 현실의 아이에게 불만이 생길 테니.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평온하게 학교에 갔다. 나 또한 아이를 간섭하지 않아 '이거 해라, 저거 해라'로 나의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 평온한 아침을 보냈다. 그걸로 됐다. 그거면 된 거다.


아이에게 무엇을 하길 얘기하면서,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 자신이 그러한 것처럼 자주 다그치고 어떤 한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걸 기다려주지 못한다. 아이가 행복을 느낄만한 지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자주 조급해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 공부가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나.


기본을 한다는 건 무엇일까? 학생의 직분에 충실하다는 건 꼭 공부를 충실히 한다는 걸까? 다시 되돌이표 물음을 계속 품고 있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된다면서도 '기본'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지?'하고 늘 생각한다. 그래도 기본, 나에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저마다 자기만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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