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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02. 2021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

매일 글쓰기

집에 가구 배치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책이 너무 많아 옮길 때마다 힘들다. '이번엔 꼭 책을 처분하고 만다!'라고 다짐하지만 책의 총량은 늘어만 간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움직였다. 오전 중에 거실의 3단짜리 거대한 초록 책장을 방 안으로 옮기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신랑은 어제 내가 집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의미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약속해줬기 때문에 아이들 밥 먹이고 나갈 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거실의 초록 책장은 왜 빼는데? 어제 안 옮긴다 하지 않았나?' 했다. 안 옮긴다고 한 적은 없었다. 다만 '가만히 있는 걸 왜 옮기니?' 하는 신랑의 말에 풋 웃으며 '어이구~~'하고 대화를 종료했을 뿐이다.


아이들이 방구조를 바꿔달라 해서 정리를 시작했으면 그것만 딱 하면 되지 왜 가만히 있는 거실까지 건드려 힘들어하나 라는 게 요지일 거다. 하지만 한번 정리를 하면 내겐 집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딱 옮길 것만 옮기는 것은 성에 차질 않는다. 할 의욕도 안 생기고.


그동안 이렇게 바꿔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요구에 의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고 해야 할까?


신랑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내게 하지 마라, 하라 이런 간섭을 하지 않는 대신 '이거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하는 공치사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뭐 괜찮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랑인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거실까지 건드렸는지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길 듣고 이해하고 말고는 신랑의 몫이고. 나는 최소한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타인이 무용이라 생각하는 것을 '아니야 유용해'라고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신랑은 나  자신을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니까.



지금 이 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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