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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22. 2021

또 숨이 안 쉬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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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로 인해 한 달간 18층까지 걸어서 다녀야 했다. 동생네에서 그 얘길 하다가 그럼 주말 동안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 텐데 캠핑이나 가자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얼떨결에 결정이 되고, 캠핑장을 예약했다.

                                                                            

마음이 정말 그러고 싶은지 생각해 볼 틈도 없이, 그렇게 캠핑을 가면 뭐가 좋고 안 좋은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캠핑을 감으로써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1. 주말에 이미 예견된 일이 있었다.

첫째의 육상부 훈련이 있었다. 대회가 바로 코앞이라 최대한 빠질 수 없는 훈련이었다. 캠핑장에서 훈련시간에 맞춰 데려다주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여러모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캠핑도 제대로 즐길 수 없고 돈은 돈대로 많이 쓰였다.


성당에 전례도 그랬다. 매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두 주를 연달아 빠지는 건 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신랑만 저녁에 또 창원으로 왕복 2시간을 오가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2. 최소한의 짐도 들고 오르내려야 한다.

캠핑을 위해 큰 짐이야 미리 동생집으로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옷이며 이불이며 동생집에 맡겨 놓을 수 없는 짐들을 들고 오르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3. 해결해야 할 내 과제들이 있었다.

내가 할 일들도 따져보지 않은 채, 결정된 일이라 지금 해야 하는 일들에 허덕대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느낌.



그래서 어제저녁 또 숨이 막히는 증상이 왔다. 저련 문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신랑도 새로 산 텐트를 친다고 너무 무리 해 허리가 아프다며 낑낑대다가 잠들어서 걱정이 하나 더 얹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잠시 잠들었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 때문에 깼다. 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전에 느꼈던 꽉 막힌 공간에 대한 갑갑함과 똑같은 증상이었다. 새로 산 텐트가 검은색이었는데 암막 텐트라 깜깜해도 너무 깜깜했고 추울까 봐 모든 문을 꽉꽉 닫아 놓아 진짜 굴 같은 곳에 갇힌 느낌이었다.


성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텐트로 다시 들어갈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다시 들어가면 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 그래서 다시 크게 숨을 들이키며 용기를 냈다. 우선 문을 조금 열었다. 조금이라도 열어 놓으니 마음이 나아졌다. 전등을 약하게 켜서 너무 어둡지 않게 만들었다.



마음이 조금 더 나아지니 누울 수는 있게 됐다. 깜깜한 굴 같다는 생각 대신 밖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에 집중했다.


정말 개구리 소리가 크게도 들렸다. 쟤들은 정말 밤새도록 저렇게 소리를 내나? 싶었는데 조금 있으니 소리가 잦아들어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 아주 작게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그 잦아든 소리 사이에 새들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부터는 뻐꾸기 소리가 정말 선명하게 들렸다.


그런 소리들에 집중하며 얼핏 잠이 들었나 보다. 5시에 맞춰 놓은 신랑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고, 잠에 취해 다시 잠을 잤다.


숨 막힘 증상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때마다 찾아오는 게 맞는가 보다. 첫째 육상부 훈련 데려다주려고 차를 몰고 오면서 생각했다. 나는 정말 왜 이렇게 대책 없이 뭔가를 결정할까? 또 자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자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음부턴 이런 일을 결정할 때 할 일들을 꼼꼼히 잘 체크해서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부터 정성을 들여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 내가 괜찮을 때 진행하자.  내가 괜찮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내가 생각한 문제들은 어찌어찌 지나갈 것이다. 안 한다고 큰일이 날 일들도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어찌어찌 다른 일들은 지나가더라도 내 마음은 안 그렇다. 내 마음 안에 여유의 크기를 항상 체크하자.



이번 일을 통해 나란 사람은 내 하루에 상당량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두어야 하루를 허둥지둥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욕심을 비워야겠다. 정말로. 아니며 또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걸 명심해야지.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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