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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14. 2020

생각을 전환할 때

매일글쓰기 D-14  with conceptzine

오늘 아이들의 1학기가 끝났다.

코로나로 수업일수가 적어 원래라면 2학기가 시작이어야 하는데 오늘에야 1학기가 끝난 것. 2학기 책 받아서 가방이 너무 무겁다며 데리러 오라는 전화에 기쁘게 달려갔다. 이러려고 휴직했지, 하며. (사실 요즘 휴직한 이유를 자꾸 복기하고 있다. 지금의 생활은 축복된 것임을 자각하게 하려는 거다.)


아이는 '엄마 깜짝 놀랄 일이 있어'라고 하더니 생활 통지표에 '중'이 있다는 말을 완전 충격적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을 꺼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이며.


수학 문제를 봐주다가, 세 자리 나눗셈에서 내가 실수를 했었다. 갑자기(진짜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만) 헷갈려, 잘못 가르쳐준 것. 엄마가 하는 건 다 답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그대로 들고 갔다가 틀렸다는 걸 알았고 나한테 항의를 했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수학이 '중'이 나왔다는 논리를 펴며, 엄마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다.


3학년 때까지 내가 별로 챙기지 않아도 생활 통지표에는 늘 좋은 것만 적혀 있던 아이 었다. 처음으로 '중'이라는 성적을 받아 자신도 당황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좀 당황스러웠다.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본 후 처음으로 받는 생활 통지표였는데. 상중하,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괜히 내가 안 챙겨서 그런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집에 와서 성적표를 보니 수학에서도 단원별로 세분화되어 적혀있었는데 5개 항목 중에 하나가 '중'이었다. 그런데 그 부분이 내가 틀리게 봐줬던 부분이 아니라 도형 각의 합을 구하는 부분이었다. 그 이야길 아이에게 하니 어 그게 아닌데? 하는 말을 했다. 자신도 그건 왜 중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반복 연산을 챙기지 않아서 세 자리 나눗셈 들어가니 애가 좀 헷갈려한 게 있었다. 하지만 과제를 할 때도 도형의 각의 합, 이런 데서는 헷갈려한 적이 없었는데 나도 좀 의아했다.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아야 아이도 나도 주의를 할 테니까. 내일 선생님께 정중하게 한번 여쭤봐야겠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기 대문에 아이에게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다른 활동을 통해 익히게 해줬어야 했는데, 나는 그걸 못했다. 공부에 대한 강요만 하지 않았지, 공부를 대체할 무언가를 해볼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또 수학에서 조금 뒤처진다 생각하니 아이의 기본적인 공부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기본을 하는 거니까. 기본적인 학습은 학교생활에 대한 성실한 태도라고 생각하니까.



휴직을 하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자!'가 우선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 잘하고 있었으므로 내가 나를 찾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하지만 2020년을 몇 달 안 남긴 지금 시점에서야, 이거 완전 꼬였구나 실감이 난다. 나를 찾기로 한 건 코로나 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내 시간이 많을 때 가능했던 거였는데 말이다. 코로나로 애들과 24시간 함께 하면서 나는 내 시간을 갖지 못해 조급했고, 아이들과 힘께 하는 시간에 충실하지 못했다.


변화를 느끼고 바로 전환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애들과 뭔가 같이 하는 걸 도모할 때 라는걸 바로 알고 애들과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하지만 아직 4달이 남았다. 나를 놓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고, 떠오르면 즉각 실천해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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