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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28. 2020

설렘

매일글쓰기 D-28 with conceptzine

설렘: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네이버 사전)


설렘이란 단어를 떠오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일하랴, 매일이 피곤의 연속이던 날들. 내 안에 설렘이란 감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했던 단어.


강동원을 닮은 잘생긴 신부님이 오셨다는 얘길 듣고 정말 강동원을 닮았는지 궁금했었는데 반년이 넘게 못 보다가 며칠 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처음 보았다. 키도 비슷하고 체격도 비슷하고 마스크를 쓴 모습이 강동원과 정말 닮았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 정말 강동원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잘생겼다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늘 밤 10시를 못 넘기는 체력이었는데 그 날은 신부님 방에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느라 밤 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때 같이 있던 동생이 '언니 그렇게 좋아요? 설레서 좋겠다~'라고 했는데 아, 이런 감정이 설레는 거구나, 깨달음.


신부님은 남자가 아니라 그냥 신부님이므로, 두근거림까지는 아니지만, 잘생긴 젊은 사람과 함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설렘이란 단어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떴던 건 맞은 듯. 기분이 좋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어떤 느낌으로 시작되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다만 이제는 그런 좋은 느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부님이 좋은 신부님일 수 있도록 기도 중에 늘 기억하는 일이란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늘 신부님 편에서 기도할 수 있는, 든든한 응원자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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