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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02. 2020

무엇을 이야기할까(feat 아이의 교육)

매일 글쓰기 D-2 with conceptzine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학교도 몇 번 가지 못했던 둘째가, 오늘 드디어 혼자서 등교를 해보겠다며 집을 나섰다. 아직 아기 같은데, 벌써 초등학생이 되고 혼자서 등교를 하다니. 새삼 나를 관통한 시간의 길이가 느껴졌다. 학교 갈 때는 잘 참았는데 마칠 때가 되니 어떤 모습으로 올지 궁금해졌다. 혼자 걷는 둘째의 모습은 어떨까? 씩씩하게 정면을 보며 걸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릴까? 땅을 보며 걸을까? 에잇. 마중 나가자.


하교 감지 문자를 받고 길을 나섰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 중간쯤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저 멀리 둘째의 모습이 보였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아슬아슬 세이브하는 모습. 앗. 저 녀석. 횡단보도 건널 땐 뛰지 말고 좌 우를 살피고 건너라고 했건만. 잔소리가 장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할 말은 다 까먹고 마냥 대견하고 좋았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고 답하며 걸어오는데 오늘 쪽지 시험을 쳤다는 얘기를 했다. 잘했냐고 물으니 응, 이라고 대답하며 틀린 문제는 다시 다 고쳤단다. 응? 시험칠 때 틀린 걸 알고 고쳤단 건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아주 해맑은 얼굴로 자랑스럽게 자기와 친한 친구 이름을 이야기하며  '엄마 **이는 처음 풀 때 백점 맞았다' 했다. 어? 그래? 우와~ **이 잘하네~~ 그럼 우리 똥강생은 어땠어? 하니, 자기는 4개 정도 틀렸단다. 아~ 아까 그 말이 틀린걸 다시 풀었다는 말이구나.



아직은 잘먹고 잘자고 잘노는게 최고!

사실 첫째 때는 쪽지시험이라도 몇 개를 맞았냐에 신경이 곤두섰었다. 여러 가지 육아서를 읽으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최고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돕자, 내 욕심을 주입시키지 말자 다짐했으면서도 첫째가 같이 공부하면서 한번 척, 알아들으면 아니? 이 아이는 천잰가, 로 결론지으며 다시 욕심이 저절로 커지는 고슴도치 엄마였다. 다행히 첫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라 내가 닦달하지 않아도 척척 잘 해내는 착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받아쓰기 몇 점, 에 계속 신경이 곤두서는 나를 보면서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더랬다.


그 문제의식이 둘째에게서는 빛을 발했다. 문제 하나 틀리고 맞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되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게 된 것.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를 늘 고민한 결과였다.


얼마만큼을 공부해야 하는지, 영어 학원은 보내야 하는 건지, 세상이 정한 기준을 잣대로 판단해서 혼자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모든 것은 아이들과의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원하는 크기만큼 관심을 가지고 발맞춰 보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둘째에게 '우리 똥강생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라고 물으니 자기는 중간 정도만 해도 된단다. 공부를 못하는 건 싫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까 너무 잘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래, 너는 그런 층위로 너의 자존을 훼손하는 아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은 놓치지 않게 관심을 끊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열심히 할 수 있는 태도를 내가 먼저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가 그런 좋은 태도를 내면화 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아직 1학년이니, 엄마랑 같이 더 열심히 자신을 들여다보자꾸나. 나의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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