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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11. 2021

엄마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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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잠시 통화가 되냐고 해서 말하라고 했더니 흥분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내가 나쁜 X를 만나서, 지금 화가 나 죽겠다~"로 시작하는 말이었다.


조카가(초2, 여)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무리가 있었다. 처음 그 무리를 만났을 때 한 아이가 조카가 인사를 해도 대꾸도 안 하고 쳐다도 안 보더니 어른이 가까이 가도 인사도 안 하더라는 거였다. 그때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오늘 그 애가 동생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조카가 놀이터에 놀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그 애가 있었고, 오늘도 여전히 인사는 하지 않았단다. 동생이 같이 노는걸 유심히 지켜보니 유난히 조카만 따돌리는 것 같더라고. 말하면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하던 놀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흥미가 떨어지면 애들한테 다른 거 하고 놀자며 가버리고. (남아 있는 애들은 놀이하다가 멍한 표정 짓고?)


클라이맥스는 눈감고 술래잡기를 하는데 조카가 술래가 되니, 그렇게 놀리듯이 약을 올리더란다. 애들 놀이에 개입해서 그 애를 뭐라 할 수도 없고 속이 타서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조카는 몸집이 작고 2학년인데도 아직 아기 같아 동생이 걱정이 많았다. 게다가 여자 아이들 사이는 감정적인 문제들이 많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같은 여자로, 비슷한 일을 경험해본 당사자로 그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니까 생기는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를 눈앞에서 떡 본 것이다.


동생의 화남과 걱정이 백 번 이해되었다. 집단 따돌림이 그렇게 생기는 거 아니겠나. 자기주장 강한 아이가 한 아이를 딱 집어 싫어하면서 주변에 친구들을 자기편으로 몰아 그 친구를 소외시키는 것.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맞장구 쳐주며 듣기만 하다 끊었다.  조카와 얘길 해보니, 조카는 여동생이 느낀 그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 애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란다. 동생은 조카에게 그 못된 아이를 비난하는 대신, 어떤 행동이 못된 행동이고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회가 될 때 조카에게 얘기해 줄 거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가 문득 떠올랐다. 그 애에게도 내 동생 같은 엄마가 있어, 노는 걸 지켜보고 그런 잘못된 행동을 조곤 조곤 설명해준다면 그러지 않을까?


오늘 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이런 건 잘 못된 행동이니 조심해라고 얘길 해줘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순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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