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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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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잠에서 깼다.

깨고도 한참을 더 흐느꼈다.


꿈에서 나는 엄마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어딘가로 삼촌들까지 모두 놀러를 갔었는데

그 전날도 제대로 된 챙김을 못 받고 그냥 잔 거 같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 아침상에 내 밥그릇이 없는 거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장어국에 다들 밥 말아먹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내 밥은 어딨냐고 물으니까 네가 갖다 먹으라며. 네가 장어국 좋아하나? 뭐 이런 식으로 딱히 나에겐 관심 없으니 니 알아서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말라, 는 투로 말했다.



엄마를 위해서 뭔가를 노력했는데(이 부분이 잘 생각이 안 난다. 꼭 엄마를 위해서는 아니었던 거 같고 하여튼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노력했던 거 같다. 내 것 안 챙기며, 전날부터 다른 사람 편하라고 뒤치다꺼리를 계속해서 밥도 못 챙겨 먹은 듯) 상응하는 무언가를 못 받으니, 그게 특히 밥이 되니 그렇게 서러웠다.


꿈속에서 아침밥 먹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혼자서 씩씩거렸다. 여동생이 어떤 얘길 하는데 내가 '너는 그냥 닥치고 있어라, ' 뭐 이런 식의 강한 반응을 보였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삼촌들과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내가 둘째를 안고 있고 서울 숙모가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 둘째를 방에 들어가라고 설득하고 있었다.(엄마와 나를 화해시키려는 듯했다)  머리를 빡빡 민 엄마가 저만치 보이고 여전히 나를 모른 채 하고 있다.


그 상황이 너무 싫어 윤이를 안고 다른 방으로 가버렸다. 그 방에서 윤이 어깨에 기댔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울면서 생각했다. 아, 내 안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챙김을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서운했던 거구나.. 괜찮다 괜찮다.. 어릴 적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생각도 나니 더 서럽게 눈물이 났다.


잠에서 깼는데도 진정이 잘 안됐다. 꿈속에서 했던 어린  나, 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이어졌다. 우는 나를 토닥여 줬다. 괜찮다.. 괜찮다.. 그래서 네가 많이 서러웠구나.. 칭찬받고 싶었는데 밥도 못 얻어먹고..





새벽에 울다 깨서 적은 꿈 이야기다.

나는 엄마에게 요즘 어떤 서운함을 느낀 걸까?

꿈 내용은, 엄마에게 분명 서운한 게 있는 게 맞는데. 그래서 그렇게 서럽게 운 것일 텐데.

밤이 되어 저장시켜 놓은 글을 다시 불러와 읽어보니

새벽에 그렇게 서럽게 울던 내가, 왜 그랬지? 싶다.

기억이 안 난다. 그때의 감정도.


한동안 꿈이 현재의 나의 상황을 알게 해 준다는 책 내용을 보고, 일어나자마자 꿈을 기록했던 적이 있었다. 며칠 해보고 신통찮아 그만뒀던 기억.


그런데 어제의 꿈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도, 내게 뭔가를 알려주는 것 같긴 하다. 이번 주 줄곧 엄마 아빠를 걱정했었고 내 일상과 닿아 있었으니까.


다시 꿈을 기록해볼까?



봄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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