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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29. 2021

옆에 있을 때 잘하자

매일 글쓰기

저번 주부터 듣기 시작한 동화 쓰기 수업 선생님이 쓰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의 제목은 '사랑해요 순자 언니'. 선생님이 쓰신 책을 둘러보다가 제목이 제일 끌렸다.


읽다 말다를 반복하다 수업이 이틀밖에 안 남았으니 오늘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었다. 읽으면서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읽기를 멈췄다. 남은 것은 10쪽 정도.


주인공 우영이 집엔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 해 할머니가 우영이와 소영이를 돌봐줬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을 그리워하는 아이들 묘사에도 눈물이 찔금 났는데, 뒤에 할머니로 중심축이 옮겨가니 더 마음이 아파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가게 되신 할머니.. 그 과정을 받들이는 아이들에 대한 묘사.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서 더 그랬을 거다. 갑자기 엄마와 사이가 급속도로 안 좋아져서 할머니가 잠시 요양원에 계신 적이 있었다.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던 날이, 머릿속에 명확히 남아있다.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처가,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대로 내게 존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우리 엄마를 또 생각했다.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엄마도 할머니처럼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줄 알기에 최근 들어서 더 엄마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현재를 살기로 결심하면서 엄마도 더불어 나에게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래서인지 엄마가 내 이런저런 일에 간섭이 심해졌다.


오늘도 전화가 와서 갑자기 내 아픈 어깨 이야길 꺼내며 당장 병원에 가라는 식의 이야길 하셨다. 나중에 적당한때에 가려고 한다니, 그러다가 못 간다며 한참 훈계를 늘어놓으시더니 내가 나중에 갈게, 하니 힘없이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답답하고 그랬는데, 이 책을 읽고 지금 엄마가 나를 걱정해주고 챙겨주고 할 때가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바로 병원을 가야겠다. 그리고 걱정하는 엄마한테 병원 다녀왔다고 이야기해야지.

그나저나 빨리 밥 먹고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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