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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30. 2021

작은 용기

매일 글쓰기

좋아하지만 유독 자신이 없는 분야가 있다. 피드백이 두려운 분야. 글쓰기와 노래 부르기다.


그냥 이렇게 편하게 쓰는 글이야, 별로 부끄러울 게 없지만, 뭔가 목적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쓴 글은 어쩐지 부끄럽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도전해 글을 쓸 때도 그랬다. 기사가 채택이 되고 메인에까지 걸린 적이 있었는데도 나는 나의 글 실력이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 읽으면 이런 걸 글이라고 쓰냐고 뭐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아는 사람에게 기사를 보여주지 않았다.



노래 부르기도 비슷했는데, 음악회를 하고 단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 노래에 너무 자신이 없었다. 다른 사람 들으라고 음악회를 하면서도 아는 사람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으니까.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유독 이 두 분야에서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밴드에서 노래 연습이 재개되고, 글쓰기 수업을 추가로 들으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노래 연습 때마다 주눅 들면서도 나는 거길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처음엔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포기하자,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고 싶은 거다. 잘하고 싶은 거다.


연습 기록 노트를 만들었다. 연습 때 들은 나의 부족한 점을 적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었다. 하루에 부담가지 않게 연습할 분량도 적고 습관 목록에 추가했다. 잘하고 싶으니까, 포기하는 대신 용기 내서 노력해보는 거다.


글쓰기도, 일단 적어보기로 했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먼저인 거 같았다.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즐겁게 쓰면서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 가는 대로 쓰자.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글에 대한 어떠한 평가가 있더라도 겸손히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노래 연습기록과, 자연스럽게 써보는 글쓰기. 오늘 내가 쥐어짜 낸 작은 용기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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