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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07. 2021

몬스테라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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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는 자신의 온전한 잎을 가지자마자 줄기에 새로운 생명을 배었다.

처음부터 제 잎의 형태를 갖추고 줄기 속에 숨어 있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말려 있던 잎을 도르르 펼치며 온전한 잎의 형태가 된다.


넙적한 잎에 멋진 곡선을 이루며 양 갈래로 나 있는 구멍은 길쭉한 소시지 형태로 잎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약간의 타원형이긴 하지만 대략 반지름 15센티 정도의 잎에는 양 갈래로 3개 정도의 구멍이 있다.


이번에 새로 태어난 아이는 이제 막 자신의 잎을 펼치고 있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잎은 짙은 초록인데 막 태어난 잎은 연한 연둣빛이다. 새순이 나면 꼭 저런 빛을 띤다. '나 야리야리한 아기예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엄마 잎과 아기 잎은 서로 등을 돌려대고 있는데 아마 그게 서로에게 편할 것이다. 마주 보고 있다면 큰 잎이 어디를 가리든 가리고 몸을 툭툭 쳐댈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 잎이 지금의 펼칠까 말까 하는 형태가 된 건 품고 있던 줄기에서 뭔가 뾰족한 연둣빛이 나오고부터도 20일 정도가 걸렸다. 줄기에 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한 달이 훨씬 넘는 여정인 것으로 추측된다. 엄마 잎이 난지가 1월 말경이었는데 그 잎이 온전해지고 혼자서 2월 한 달은 보냈겠지?


새 잎이 나면 줄기에 품은 모양이 생기는 즉시 관찰을 해봐야겠다.

생명이란 게 정말 신기하다. 줄기에 품었다가 그냥 그대로 말라버린 경우도 있어서 지금 태어난 새 잎이 고맙다. 이쁘게 잘 크자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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