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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06. 2021

환하게 웃는 내 똥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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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육상부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멀리뛰기를 너무 잘한다고, 육상부로 활동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태권도로 운동은 하고 있는터라 체력단련을 빌미 삼아 보내기엔 시간이 제약이 클 것 같았다. 5학년이니까.


하지만 아이는 적극적인 코치님의 구애가 싫지 않은지, 선뜻하겠다는 의사를 비췄다. 태권도에서도 이미 선수단으로 활동하고 있어 금요일 같은 경우는 운동만 하루에 4~5시간을 해야 했다. 괜찮겠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다고 대답하는 아이. 아이의 의견이 그러니 일단 알겠다고 했다.


코치님과 통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우리 아이가 학교의 자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에 잠시 동요했다. 아이가 학교 대표에서 시 대표 도 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제가 잘 키워보겠다고 하시는 코치님 말씀이 고맙다가도 괜히 걱정이 됐다.


나는 우리 아이의 꿈에 대해 내 의사를 관철시킬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운동을 업으로 삼는다고 해도 괜찮을까?' 하는 물음에는 '두려운'마음이 먼저 든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세계가 얼마나 힘든지 귀동냥으로 들어와서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너무 섣부른 생각이겠지. 아이는 운동 말고도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육상부를 시작했다고 운동으로 나간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선수 등록한다고 사진 한 장 가져오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찍어 집에 있는 프린트기로 출력을 했다. 여러 장을 찍었는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찍힌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선수 등록하는 사진으론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어 웃지 않은 사진도 하나 더 뽑았다. 선수 등록용 사진으론 웃지 않은 사진을 택했다고 했다.


보냈던 사진을 다시 가져와 지금 내 책상에는 아이의 사진이 있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무엇을 하든 그렇게 웃으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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