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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Oct 22. 2023

9. 이방인에게는 텃세가 가장 무서워

귀촌, 너! 힘든 거였구나.


귀촌, 귀농인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지역 텃세라고 한다.


우리가 부푼 꿈을 안고 간 지역은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선정된 곳인 만큼, 소규모 농촌지역이다. 우리 가족은 그 무시무시한 텃세를 오픈 첫날부터 경험했다. 연고 없는 타지에서 시골 텃세를 여과 없이 받았다.


오픈 첫날 사람들로 식당은 북적거렸다. 너무 정신없는 와중에 한 손님이 무작정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불러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달려갔더니, 이게 고기 3인분이 맞냐는 거다. 우리 가족은 도덕적 신념이 아주 강하기에 음식을 재사용하거나 양을 적게 주거나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도 엄마의 성격을 알기에 손님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고, 부엌에서 저울을 가져와 저울 위에 고기를 올려뒀다. 접시의 무게를 뺀 고기의 양은 630g이었다. 30g을 더 주기도 했는데 너무 억울했다. '오해했다, 미안하다'라는 말은 당연히 고사하며 뭘 저울까지 가져오냐며 오히려 타박하는 손님의 목소리가 들다.


감정이 너무 상해 엄마에게 말하니 저 손님은 점심부터 저런다고 하는 거다. 점심에도 오더니, 말투가 다른 엄마에게 어디에서 왔냐, 왜 여기에 왔냐며 캐묻고, 여기에서는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하면 안 돼~를 식사 내내 했다는 거다.


그리고 브레이크타임이 있는 걸 보고 여기서는 이렇게 장사하는 거 아니라며 외지인들이라서 뭘 모른다, 장사를 왜 그렇게 하냐라며 날세운 말을 하고 갔다는 것이다.


너무 불쾌했다. 외지인이라며 뭐든지 무시하는 태도도 결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친절히 알려주는 상냥한 태도도 아닌, 윽박지르며 깔보는 태도였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도 브레이크타임을 가지는 식당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알고 시작했는데도 우리가 모를 거라며 과장해서 말하는 언행도 기분이 좋진 않았다.


또 한 번은,


엄마를 도우러 온 첫날, 나는 고속버스를 타고 해당 지역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 후 엄마의 식당까지 택시비를 탔다. 네이버 길 찾기로 검색했을 때, 차로 5분 약 5400원의 예상 택시비가 산출됐다. 택시를 타고 엄마 식당으로 도착한 후 요금을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결제했다. 바로 내려 일을 시작해야 했기에 마음이 아주 급했다. 일을 마치고 결제금액을 보니 8000원이 나왔다. 예상금액과 1.5배 차이가 나서 뭔가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집에서 식당까지 갈 때에도 차로 5분이 걸렸고, 다음 날에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요금을 선결제를 했다. 그때에도 마찬가지로 약 5400원 정도의 요금이 산출됐다. 그렇게 저녁 내내 일을 한 후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실소가 터졌다.


카카오택시로 자동결제했음에도 결제요금을 취소시키고 약 1.5배의 금액으로 재결제를 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이해하지만 50%의 차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나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택시를 타지 않았다. 덕분에 도보 40분 정도의 거리는 무조건 걸어 다녔고, 배차간격 30분이 넘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일이 힘든 것보다 감정싸움에 지치는 나날들이 많았다. 작은 커뮤니티이다 보니 훨씬 억센 텃세에 엄마도, 딸들도 괴로웠다. 


새로운 꿈을 꾸며 도전한다는 마음에서 여기를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불안감이 계속 깊어졌다. 1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분도 아직 외지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데, 우린 여기에서 잘 소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어났다. 


아직도 낯선 지역에서 여전히 낯선 동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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