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보통의 취업준비날

나의 합격 이야기 - 완결

by HelloSol

어느 날과 같은 보통의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날들이었다.


당시 나는 국비지원 교육에 참여해서 강남역으로 매일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교육만 들으면 취업이 가능하다는 홍보문구에 이끌려 다니게 된 프로그래밍 수업이었다. 문제는 해당 수업에 전공자들과 비전공자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나 같은 비전공자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수업이었다는 것이다. 분명 수업을 듣고 명령어를 입력했는데도 왜 이렇게 에러가 뜨는 건지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합격 발표가 예정된 그날에도 나는 여전히 명령어와 싸우고 있었다.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회사 홈페이지의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며 결과 발표를 확인하느라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오전 수업을 지나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발표는 나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답답하고 화도 났다. 이왕 알려줄 거 조금 더 일찍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이후 채용 업무를 하게 되며 알게 된 점이지만, 담당자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결과를 빨리 알려주고 싶다. 그렇지만 내부의 절차들 때문에 그렇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간혹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돌발상황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 일 것으로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 (담당자의 심장도 매우 쪼그라들고 있을 것이다...)


다시 결과 발표일로 돌아오면,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고 4시가 지나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직감적으로 결과 발표 알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함에 들어가 제목을 확인해보았더니 회사에서 온 문자였다.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되어 비상계단으로 뛰어갔다. 문자를 꼭 누르고 화면을 가렸다. '제발 제발 제발...' 외치며 화면을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 합격하였습니다.'


최종 합격의 순간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나도 돈을 벌 수 있다, 엄마에게 효도할 수 있다 등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 모든 생각을 요약한 단어는 '기쁨'이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해 줄 사람 그리고 나의 행복을 누구보다 바라는 우리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엄마 그동안 고생했어."


이 말을 하는데 눈물이 찔끔 나왔다. 불합격의 문 앞에서 매번 좌절하는 딸에게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였다. 취준생 딸이 있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눈치를 보는 엄마였다. 이런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밀려오면서 이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선물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집도 사주고 싶은 욕심 많은 사회 초년생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1 외로운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