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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패션이야기

by 유케이

얼마 전 지인과의 저녁약속에 가기 위해 일찍 업무를 정리하고 유니클로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봐야 할 상품을 정해두고 방문한 것인데 이른 퇴근시간에도 북적북적한 매장 분위기가 새삼 놀라웠다. 주말 피크 시간에 볼 수 있는 계산대와 피팅룸의 웨이팅은 불경기라는 뉴스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모든 패션브랜드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빗겨나갈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재고처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브랜드와 폐업하는 브랜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절대 문을 닫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해외의 편집숍들과 역사적인 헤리티지 브랜드의 파산신청 뉴스 등 은 씁쓸한 생각을 슬쩍 던져주고 간다.


티브이에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가 매일 때려 되고 연이은 물가상승과 이에 물리는 소비위축으로 인한 내수침체등은 끝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실 이러한 뉴스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편집장이 패션 쪽에 있는 동안 따르던 보스들은 매년 불경기였고 이런 뉴스를 항상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불경기 속 패션업은 양극화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저가 vs고가 이러한 구도가 되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간은 사라지거나 어느 한쪽으로 흡수가 된다. 특이점이 있다면 생존을 위해 중간 브랜드는 리빌딩을 하거나 뉴라인을 론칭하고 할인을 하는 등 고유의 유연한 전략을 사용하여 버텨내기도 한다


잘되는 브랜드는 이유가 있다. 유니클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패션브랜드가 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옷을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가격이 좋아야 한다. 브랜드는 아이템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용 또한 적지 않기에 가격에 대한 결정은 브랜드 고유의 권한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어떠한 옷을 어떻게 만드는 지도 중요하지만 가격에 대한 비중 또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잘되는 브랜드들은 이러한 모든 박자가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국내의 소비심리가 침체되어도 생각보다 패션에 대한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현시대에서의 패션은 입는 행위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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