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속 블랙은 인싸다.
컬러에서의 블랙은 자발적인 "아싸"가 된다. 보편적으로 싫어하지 않지만, 좋다고 말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블랙은 다른 컬러와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사용하며, 제한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포함한다. 또한 다른 컬러와는 섞이지 않으며, 언제나 중립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패션에서의 블랙은 어떠할까. 패션에서의 블랙은 "인싸"다. 어떠한 컬러와도 매치가 가능하며, 어떻게든 주도적이고, 남녀노소 나이불문 패션아이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선순위가 되는 컬러이자 실패하지 않는 컬러이다.
그렇다면 패션에서 블랙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랙은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스킬 중 이성적인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여러 가지를 품고 있는데, 풀어서 보자면 신뢰감을 만들고, 안정적인 분위기와 격식을 갖춰주며, 중립적인 이미지와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슬픔과 우울을 제외한 감정적인 영역에서는 대체로 사용하지 않으며, 현대사회에 들어와 마치 보호색 같은 의미로 사용 중이다.
패션에서의 블랙은 화이트와 함께 "무적"이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컬러가 된다. 또한 남녀노소 나이불문 체형불문 스타일불문, 블랙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패션의 궁극적인 목적인 체형을 보완해 주는 독보적인 컬러다. 블랙은 마른 사람에게는 벌크업을, 뚱뚱한 사람에게는 슬림함을, 물론 물리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요소가 아닌 심리적인 요소로 적용된다. 이처럼 블랙은 입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준다.
블랙은 호불호 없이 안정감을 주는 컬러이기에, 패션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고 자주 선택하는 컬러가 된다. 그렇지만 패션에서의 블랙은 고수의 영역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블랙의 색 빠짐은 필연적이다. 모든 컬러의 색 빠짐은 존재하지만, 에이징 될수록 고유의 느낌은 살아나기 때문에, 처음과는 분명 다르지만 활용도는 동일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랙의 색 빠짐은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기에 처음과 활용도가 동일하지 않다. 그때그때 톤을 보고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블랙은 번거롭다. 대부분의 옷에 먼지는 달라붙지만 블랙에 유독 많이 달라붙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블랙이라고 더 달라붙는 게 아니고 먼지가 눈에 잘 보이고 그만큼 잘 떨어지지도 않는 것 같다. 특히 울 같은 천연섬유일수록 더 그러한데 블랙 울코트를 입을 때 작은 돌돌이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이유다. 합성섬유 또한 먼지가 달라붙긴 하지만 요즘 기능성으로 나온 제품은 확실히 먼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스타일적인 부분에서도 블랙은 패션의 난이도를 낮춰주지만, 업그레이드시켜주지는 않는다.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좋지만 조합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블랙은 다른 컬러를 묻히게 하고 결국 블랙만 남게 된다. 그림 그릴 때 물감에서 다양한 색을 사용하다 블랙을 사용하면 색이 다 블랙으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블랙은 갈수록 어려운 컬러가 될 것이다.
낭만과 개성이 사라진 국내 패션에서 블랙은 가장 완벽해 보이는 컬러이다. 튀지 않는 안정감에,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까지 준다. 여기에 중립적인 이미지와 고급스러움까지 갖췄다. 그래서 누구나 티 내지 않으면서 결국 선택하고 마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컬러가 된다. 그럼에도 블랙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패션에서의 완벽한 컬러는 나만의 퍼스널 컬러가 되어야 하며, 패션에서의 블랙은 첫사랑처럼 보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