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3)
나는 내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곤충을 두 갈래로 나눈다. 걸어오는 벌레, 날아오는 벌레. 가끔 메뚜기 같은 결합형도 있다. 주로 뛰지만 필요하면 날아다니는 녀석들. 다리에 날개까지 더해진 메뚜기의 점프는 사람으로 치면 30-60미터를 뛰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메뚜기가 내 삶에 뛰어드는 경우는 별로 없다. 벌레는 기다가 뛰다가, 마지막에는 날게 된다. 벌레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은 다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귀는 날개를 가진 성체가 됨으로써 곤충계의 마왕이 된다. 평면에서 살아가던 벌레에게 날개를 생기는 것은 마치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가는 차원을 뛰어넘는 진화일 것이다.
다리 달린 벌레는 선으로 움직이는 반면 날개 벌레는 워프에 가깝게 이동한다. 시공간을 비틀듯 움직이는 이유로 방향 예측이 어렵다. 눈으로 쫓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가만있어도 경기의 대상인 곤충이 날아다닌 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더 큰 공포를 준다. 특히 밤에 활동하는 녀석들.
곤충은 불빛에 끌린다. 여름밤 집 불빛을 따라 벌레가 모인다. 벌레가 빛에 이끌리는 이유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에 곤충의 배광반응(곤충과 물고기가 빛을 통해 하늘과 땅을 구분하는 본능)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방은 본능에 의해 빛을 향해 등을 돌리게 되어 있고, 이게 결국 곤충을 빛 중심으로 맴돌게 만든다는 것이다. 곤충이 빛에 이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빛 가까이 있던 곤충이 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맴도는 것이라는 것이다. (기사: 미해결 과제 ‘벌레가 빛에 끌리는 이유’, 마침내 밝혀졌다 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6)
모기가 아닌 경우 집안에 들어온 벌레에 그다지 관심은 없다. 집까지 들어온 밥시간에 주변을 날았고, 날벌레는 왠지 국물에 끌렸다. 국 없으면 밥 못 먹는 한국형 날벌레... K-버그는 밥상 주변을 맴돌았다. 어느 순간 자리를 제자리를 찾았다 생각했는지 착륙했다. 그곳은 국그릇이었다. 참방. 국에 제 몸을 담갔다. 나방은 국물을 묻히는 순간부터는 날쌘 이미지를 벗고 수중 생물이 되어 발길질을 했다.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날벌레에게 날개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날벌레를 잡아먹는 탓에 나는 거미를 좋아한다. 거미줄은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강하다. 이런 든든함. 거미와 따로 협정을 맺은 적은 없으나, 나는 거미를 흠모해 왔다. 거미가 벌레를 잡아준다면 우리는 친구 아니겠는가. 고마운 마음에 벌레를 잡아다 주기도 했다.
거미가 집을 짓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떡갈나무 색깔을 가진 산왕거미였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조용히 집을 만들었다. 해 질 녘이었다. 나방이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었음에도 거미는 조바심 없이 천천히 일을 해냈다. 여덟 개 다리를 규칙적으로 순서대로 사용해 가며 집을 짰다. 다리가 서로 꼬이지도 않았다. 나무 사이 한가운데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집은 점점 크기를 갖춰갔다.
꿀벌을 들여온 후. 거미줄에 꿀벌 형체를 가진 미라가 발견되었다. 거미가 꿀벌을 봐주지는 않았다. 벌통 가까운 곳이었지만 꽃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이어온 비공식 협약을 파기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과거를 청산하기에 앞서 친애하는 거미에게 편지를 쓴다.
그 여름, 우리 마당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 꽃과 푸성귀가 어우러진 마당, 이곳 작은 우주에서도 한 구석.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공유했어. 나는 오줌을 누었고, 너는 식사를 기다렸지. 너는 봄꽃이 저물 무렵 이곳에 왔어. 넌 아주 작았지. 나는 너의 영역을 지켜주고 싶었어. 장마가 지나고 열대야가 이어지며, 넌 쑥쑥 자랐지. 너는 자주 밤을 새우며 집을 지었어.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새벽을 맞았지. 너는 집에 이슬이 앉는 것에 만족한 듯 떠오르는 해를 맞았지. 진로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집이다. 빛나는 너의 집은 점점 넓어졌어. 진로를 지켜주기 위해 나는 점점 뒤로 뒤로 물러났지. 이제는 집 앞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나를 발견한 거야. 짝꿍한테 걸려서 혼이 났지. 그래도 나는 아프지 않았어. 너의 이슬은 우리의 이슬이니까.
하지만 안녕. 이젠 모두 추억으로.
마이 디어 스파이더.